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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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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축복 고통과 축복 내가 뉴욕에 첫 발을 내디딘 1984년도의 3월은 봄이 오긴 커녕, 아예 겨울이 그 시간을 점령하고는 떠나지 않은 채 횡포를 부렸습니다. 혹심한 추위로 잔뜩 움추리고 눈이 무릎까지 쌓인 뉴욕의 3월 속으로 나는 한국으로부터 날아왔고, 그 속에서 민들레 씨와 같은 나의 이민 ..
봄소식 오늘 아침에 축구하러 나갔습니다. 오늘부터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져 날이 어둑어둑 합니다. 우리 동네 숲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봄기운이 그득했습니다. 지난 주만 해도 살짝 얼어 있던 잔디와 흙의 촉감이 부드러웠습니다. 하늘엔 기러기가 날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젠 다른 ..
그랜드 캐년에서 그랜드 캐년 위에 섰습니다. 장엄한 경치, 그리고 가늠할 수 없는 시간과 마주쳤습니다.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더 작아져야 하는지 나보다 먼저 오래 전부터 서 있던 고사목이 스치는 바람결에 일러주었습니다. 어둠이 내리는 깊은 계곡도 말이 없었습니다. 지천명이..
Beauty and the Beast (5-6년 전 이야기) 아내가 이 주일 동안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주된 여행의 목적이 국민학교(요즘 초등학교라고 하지만 우리 다닐 때는 누가 뭐래도 국민학교였음) 동창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기에 가고 싶어하는 아내와 나 사이에 차가운 기류가 흘렀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죠. 동창이라..
Valentine's Day의 추억 (5년 전 이야기) 작년엔 큰 딸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티켓을 사주어서 풋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보며 발렌타인 데이를 보냈는데, 올해엔 둘째와 셋째 딸이 ‘The Light in Piazza’라는 뮤지칼 티켓을 마련해주어서 행복한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미국인 어머니와 딸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겪는 에..
혜진C와 비타민C 저는 1월에 2주일 예정으로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도 뵙고 친구들과 그리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다녀오신 분 들은 아시겠지만 미국과 한국 사이의 시간 차이에 적응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짧은 기간 ..
안개처럼 희미한 영화 '파주'를 보고 마음 놓고 한 시간이 넘도록 앉아서 영화를 볼 짜투리 시간을 찾기 힘들다. 문학이나 음악, 영화 같은 것이, 특히 집중이 필요한 일에는 누군가와 같이 하지 못하기에 한국영화를 혼자 본다는 건 참으로 큰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방송일을 그만 두고는 좀 여유가 생겨서 미루어두..
마음을 찍는 사진사 마음을 찍는 사진사 사진을 찍은지도 5년 쯤 되어 간다. 무턱대고 찍던 사진까지 치면 20년은 되겠지만 조금은 생각을 하고 찍기 시작한 것이 한 오년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지금도 내공이 빈약해서 별로 신통할 것은 없다. 그래도 가끔은 나의 마음의 눈이 사람들의 따뜻함이나 사랑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