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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내 마음에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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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맬 줄 아세요? (3) 넥타이 맬 줄 아세요? (3) 요즈음은 중 고등학교의 Prom이 한창이다. Prom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학교가 주최하는 댄스파티라고 할 수 있는데 남자아이들은 정장을 차려입어야 하는 관계로 넥타이를 매는 것이 기본이다. 나비 넥타이라면 몰라도 보통 넥타이를 매려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남학생 중에도 넥타이를 맬 줄 아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넥타이 매는 법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처음 교생 실습을 나가던 날의 상황이 아주 자주 우리 세탁소 안에서 재현되곤 한다. 아직 앳티가 가시지 않은 아이들이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와서는, 동네 세탁소 아저씨가 되어 있는 나에게 쭈볏거리며 넥타이를 매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학생 뿐 아니라 새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 인터뷰를 하러 가는 ..
넥타이 맬 줄 아세요? (2) 넥타이 맬 줄 아세요? (2) 교생실습 첫날, 내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남자 선생님들의 복장이었다. 넥타이까지 단정히 맨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그냥 폴로셔츠에 재킷(내가( 한국에 있을 땐 콤비라고들 했다.)을 입은 분들이 대다수였고,, 그냥 잠바 떼기만 걸치신 분들도 있었다. 넥타이가 남자 선생님의 필수는 아니었음을 눈치가 그리 빠르지 않은 내가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다음날부터 나의 복장은 다수의 남자 선생님들의 범주에 동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아버지 옷장 안에는 넥타이가 스무 개쯤 있었지만 다 풀어진 상태로 걸려 있었으니 그걸 일일이 매달라고 세탁소 아저씨게 부탁을 하는 것도 보통 염치가 없는 일이 아닌가. 더군다나 넥타이를 하루 종일 매고 있으려니 심장의 피가 목 위로 흐르는 ..
넥타이 맬 줄 아세요? (1) 넥타이 맬 줄 아세요? (1) 내가 처음으로 넥타이를 맨 것은 대학교 4학년 때였다. 내가 졸업한 중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가는 첫날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로 장만한 양복과 셔츠를 입고 거울을 보니 조금 낯설어도 그런대로 근사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넥타이를 매야 하는데 집에는 넥타이를 맬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당시 손재주가 좋으신 아버지는 춘천에 계셨기에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러 춘천까지 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재주가 좋으시다 보니 어머니가 넥타이를 매야하는 경우가 없어서 자연 어머니도 넥타이를 매는 법을 모르셨다. 동네 몇 집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넥타이를 맬 줄 아는 남자들은 모두 출근을 한 뒤였다.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었다. 고민을 한 끝에 어머니가 동네 세탁소..
4월에 4월에 대학 초년 시절에 동서양의 시를 외우고 다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마냥 풋풋하고 싱싱하던 그 시절엔 그 시들의 아름다움이 내 마음속에 물이 스펀지에 스미듯 그렇게 스며들었지요. 지금도 꽤 많은 시를 외우고 있는데, 순전히 젊은 시절의 기억력과 감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외우기에 실패한 시가 있었는데 바로 T S Elliot의 황무지(Waste Land)였습니다.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난해해서인지 몇 번 시도한 연후에 끝내 외우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첫 몇 줄은 지금도 이른 아침 푸른 하늘에 남겨진 제트기의 흰 구름처럼 그렇게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ilacs out of the dead land, ..
걱정 말아요, 그대 (2016) "'걱정 말아요, 그대' 한 열장 복사해 주세요" 마님께 문자가 왔다. 나는 자신 있게 "걱정 말아요, 그대"라고 문자를 보내려다 보류하기로 했다. 문자는 임무를 마친 다음에 보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마님이 부탁한 문제의 CD는 지난 주 집에 들어가면서 듣고 또 들어야만 했던 바로 그 CD였..
가끔은 멈추어 서서 돌아보기 가끔은 멈추어 서서 돌아보기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199 Sadie와 함께 했던 그 시간은 자칫 어두울 수도 있는 11월 말에 행운처럼 우릴 찾아온 기쁨이고 축복이었다. 11월 말이긴 하지만 어깨 위에 내려앉는 햇살의 무게가 기분 좋은 일요일 오후에 아내와 함께 손녀 Sadie를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나갔다. 집에서만 지내던 Sadie는 모처럼 넓은 공간에서 그네와 미끄럼틀과 시소(See-Saw)를 오가며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옆에서 보고 있는 우리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깔깔 거리는 Sadie의 웃음소리가 햇살에 묻어 놀이터에 음악처럼 번졌다. 그런데 놀이터엔 s 자 모양의 평균대 같은 것이 있었다. 물론 두 살배기 Sadie가 평균대에 혼자 올라갈 수도 없으려..
속초 순두부 (2015 년) -속초 부근의 어느 바닷가에서- 속초에 발을 디딘 지 오래지 않아 관광 호텔 같은 곳이 눈에 들어왔는데 지인은 속초를 방문할 때면 그곳에서 사우나를 한다고 했다. 긴 시간 운전하느라 몸에 쌓인 피로를 털어내는데 사우나가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엔 그렇지가 않다. 일..
나의 음악 이야기 - You take my breath away (2013) You take my breath away (2013) 어제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오늘도 그치지 않고 내린다. 주중에 부르클린에 살면서부터는 출퇴근하는 수고로부터 해방이 되어서인지 일기예보에도 통 관심이 가질 않더니, 이리도 추적추적 그칠 기미가 없이 내리는 비에조차 무관심하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아 인터넷으로 날씨를 알아보았다. 열대성 폭풍(Andrea)이 이미 플로리다를 강타하고 동부 해안을 끼고 북상 중이란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더 세차게 몰아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다른 업종도 그렇겠지만 세탁소는 비가 오면 영 할 일이 없어진다. 음악이나 들을 요량으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음악 방송에 접속했다. 비 오는 날은 보통은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으로 시작하는데 오늘은 얼마 전에 사귀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