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027) 썸네일형 리스트형 별이 빛나는 밤에 아버님(장인)의 조청 - 교감 아버님(장인)의 조청 — 교감나는 요즈음에도 아버님 댁에 머물 때면 아침마다 아버님의 호출을 받는다.“소영 아범, 이리 와봐.”아버님은 손수 아침 식사를 준비하시면서 하루의 첫머리에 조청을 한 스푼 드신다. 얼마 전 ‘조청 사건’이 있은 뒤로는 공식적으로 사위도 빠뜨리지 않고 불러 조청을 함께 먹는 것이 아침 일과가 되었다.조청 병을 가운데 놓고 기도를 마치면 아버님이 먼저 한 스푼을 뜨신다. 그러면 나도 한 스푼을 떠서 입에 넣는다. 그것으로 아침의 조청 행사는 끝난다.그런데 한 달 전쯤이었을까.조청 병을 들여다보니 안에 남은 조청이 5분의 1쯤밖에 되지 않았다.그날 아침 아버님은 중대 발표를 하셨다.프란치스코회에서 주최하는 바자에서 조청을 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 목포의 갓바위 - 보았으나 보지 못한 것 목포의 갓바위 - 보았으나 보지 못한 것올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목포에서 며칠을 묵었다.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갓바위가 있다기에 어느 아침 찾아갔다. 미세먼지가 바다 위에 자욱했다. 희미한 풍경은 현실이라기보다 신화 속 한 장면처럼 보였다.갓바위는 영산강 하구에 솟은 천연기념물 제500호다. 오랜 풍화와 해식작용이 빚어낸 두 개의 바위가 갓을 쓴 사람처럼 나란히 서 있다.하지만 보수공사로 바다 위 보드워크가 폐쇄되어 있었다.아내와 나는 갓바위 뒤편의 낮은 언덕을 넘어 바닷가로 내려갔다. 그리고 두 바위 중 하나의 옆모습만 보고 돌아왔다.나는 그것이 갓바위의 전부인 줄 알았다.목포를 떠나 집으로 돌아온 뒤, 목포가 고향인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되었다.“갓바위는 둘인데요.”그 말을 듣는 순간.. The Tree Waiting for Dawn The Tree Waiting for Dawn One late autumn day,I went out into the open fieldto watch the starsand found the dawn.The hand holding my cameragrew numb with cold.In the darkness,a lone birch tree stood,its body benttoward where the sun would rise.Was it the wind?The snow?Or was theresomething it was waiting for?With its bending body,it still gazed toward that place.Still,it waited for the light.Was.. 여명을 기다리는 나무 여명을 기다리는 나무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별을 보러 벌판에 나갔다가여명을 만났다. 카메라를 든 손이추위에 곱아왔다. 어둠 속자작나무 한 그루,해 뜨는 곳을 향해몸이 굽어 있다. 바람 때문일까.눈 때문일까.아니면기다리는 것이 있어서일까. 굽어가는 몸으로끝내 바라보는 곳.끝내 기다리는 빛. 그것은아픔일까,축복일까. 나는 대답하지 못한 채여명을 바라보았다. Pakatakan Farmers’ Market Pakatakan Farmers’ MarketMargaretville에서 북쪽으로 5마일쯤 올라가면 Halcottsville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그곳에 Pakatakan Round Barn이 있다.1893년경 지어진 이 원형 외양간은 미국의 전통적인 농업용 헛간과는 달리 둥근 모양을 하고 있어 한눈에 시선을 끈다. 원래는 말과 가축을 기르고 건초와 농기구를 보관하던 농업 시설이었다고 한다. Catskills 지역의 농업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로, 현재는 미국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에도 등재되어 있다.지금은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 Pakatakan Farmers’ Market이 열린다. 대개 5월부터 늦가을까지 장이 서는데, 채소와 과일은 물론 달.. Mountain Diary — Invisible Kindness Mountain Diary — Invisible KindnessI was on my way home from Cooperstown.The sky had been brooding all day, and suddenly it seemed as though the dam holding back the clouds had burst. Rain came pouring down.Then, as we passed through certain places, the rain would briefly let up, only to come down hard again.As I drove through the rain-soaked mountains and fields, the pale yellow flowers of gold.. 산골일기 - 보이지 않는 배려 산골일기 ― 보이지 않는 배려Cooperstown에서 집을 향해 돌아오던 길이었다.꾸물꾸물하던 하늘의 둑이 무너진 듯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러다가 어느 곳을 지나면 잠시 비가 그치고, 다시 쏟아지기를 반복했다.빗발치는 산과 들을 달리는 동안 차창 너머로 보이는 미역취의 연노랑 꽃들이 내 눈을 붙잡았다.비에 젖은 초록 사이에서 미역취는 업스테이트의 들판을 온통 점령하고 있었다. 그 연노랑 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영혼까지 맑게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그러다 어느 산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순간, 길가에 작은 Farm Stand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장작과 달걀을 파는 무인 판매대였다.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반사적으로 차를 세우고 내렸다.스탠드 안을 들여다보니 아이스박스 안에 달걀이 들어 있.. 이전 1 2 3 4 ··· 50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