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안개처럼 희미한 영화 '파주'를 보고

 

 

파주 포토 보기


마음 놓고 한 시간이 넘도록 앉아서 영화를 볼  짜투리 시간을 찾기 힘들다.

문학이나 음악, 영화 같은 것이, 특히 집중이 필요한 일에는

누군가와 같이 하지 못하기에

한국영화를 혼자 본다는 건 참으로 큰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방송일을 그만 두고는 좀 여유가 생겨서

미루어두었던 영화 몇 편을 보았다.


"파주'

한국에 살 때에는 영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파주라는 곳을

작년, 그리고 올 해 두 번이나 다녀왔다.

출판단지 안에 있는 친구의 출판사를 방문하기 위해,

그리고 올 해엔 덧붙여 임진각과 헤이리라는 곳도 다녀왔다.

강을 옆으로 끼고 난 파주 가는 길엔 내가 군대시절 근무할 때 보았던

철책이 서 있었고 군데군데 경계 근무를 서는 군인들이 보였다.

철책 이 쪽과 저 쪽은 영 다른 세상이었던 것을-----

철책 너머의 강은 더 이상 내가 손을 적실 수도 없는 영 낯 선 곳이었다.

마치 철책 구멍 사이로 멀리 보이던 비로봉이나 낙타봉이

갈 수 없는 먼 나라였던 것처럼 말이다.

강으로부터 밀고 오는 안개는 아마도 파주의 그 낯선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는 안개 같은 영화다.

시작과 끝이

안개같은 장면으로 시작한다.

형부와 처제라는 평상적인 관계가

안개같이 희미하게 얼버무려진다.

물론 그들의 사랑도 안개와도 같다.

무엇 하나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안개 속.

난 마치도 설익은 꿈을 꾼 듯했다.

나의 이성이나 감성도 저리 미루어 놓고

그저 부서지고 이지러진 어두운 영상을 따라

무의식이 이리저리로 표류하다 돌아왔다는 느낌.

삷도 사랑도, 윤리나 도덕도

이렇게 안개처럼, 무의식처럼 적당히 얼버무려지는 곳.

'파주'는 안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Valentine's Day의 추억 (5년 전 이야기)  (0) 2012.03.05
혜진C와 비타민C   (0) 2012.03.03
마음을 찍는 사진사  (0) 2012.02.28
봄에 쓰는 편지  (0) 2012.02.22
밀양  (0) 201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