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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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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색한 아침 운동을 나가려는데 무언가 내 뒷목을 당기는 것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침노을이 거실 창문을 물들이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 아침 황홀경에 풍덩 빠졌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맞다. 호색한이다. 덕분에 운동 시간 30 분 까먹었다.
메모리얼 데이 사진일기 아내는 이번 메모리얼 데이 주말에 펜실베이니아 주의 랭캐스터 카운티로 1 박 2 일의 짧은 여행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금요일부터 비가 내려 일요일까지 비가 그치지 않는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이럴 때의 일기예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렇게 잘 맞아떨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어제는 Atlantic City 근처에 있는 강선생님 댁을 방문했다. 오랜만에 10/10을 하며 친밀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큰아들이 함께 브런치를 하자며 우리를 집으로 초대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그치지 않았어도 하늘은 아주 짙은 구름으로 메이크업을 한 상태였다. 큰 아들은 작년 10월 말에 둘째 딸이 4층에 세 들어 살고 있는 파크 슬로프의 한 건물의 2층으로 이사를 했다. 둘째네 집에 갈 때 잠깐 들..
안개. 출근길 안개가 짙다. 구름이 끼거나 비가 와서 일출을 보지 못한 적은 있으나 창 밖의 불빛마저 지워버린 아침 풍경은 어제가 이사 온 후로 처음이었다.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것도 이젠 일상이 되었다. 토근 길이 조금 빡빡해서 누군가가 내 대신 길을 인도하는 수동적인 퇴근이 맘도 몸도 수월한 나이가 된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으면 운전해서 퇴근하는 시간과 전철로 집에 오는 시간의 길이가 비슷할 때도 있으니 인정이라는 걸 찾기 힘든 뉴욕 시내의 퇴근길에 전철은 몸과 정신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진은 시간의 역순) 대개 전철의 승객들은 무표정이다. 감정이 없이 창조된 생물이 전철에 오르고 내리는 기계적인 동작을 하는 것 같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형광등 우리 삶도 그렇다. 살아가고 나이를 먹으면서 정..
바닷가 산책-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닷가 산책-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새 참 추웠다. 금요일 오후부터 추워진 날씨가 토요일과 일요일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부대로 복귀하는 막내를 라구아디아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길에 동쪽 하늘이 바알갛게 물이 드는 것이 보였다. 벌써 봄이 노는 건가? 뉴저지에서 브루클린까지 출퇴근 힐 때 팰리사이드 파크웨이를 달리며 왼쪽으로 보이던 하늘이 이렇게 붉으면 봄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새 해를 맞지 않았다. 아마도 브루클린의 아침 해가 뉴저지의 그것보다 더 부지런을 떨어서 그리 이른 시간에 하늘이 붉게 물든 것 것이라고 잠정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아내는 "민기 내려주고 바다에 갈까?" 바다라고 해야 20분만 차로 달리면 되니 일도 아니었다. 아내와 나의 차이가 여기서도 나타났다. "난 오늘 C..
지다 지다 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어제도 간간이 내리더니 꼬리도 차암 길기도 하지, 오늘 아침에도 거미줄처럼 보일 듯 말 듯 이어지고 있다. 나뭇잎도 거의 다 땅으로 떨어져 길마다 낙엽으로 수북하게 덮여 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무심하게, 그리고 여여(如如)하게 낙엽을 밟고 지나가다.
Fort Tryon Park 산책 https://youtu.be/vxi2iDyszQg
오후산책 오후산책 지난 주에 이어 여전히 고요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어제 날씨를 살펴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햇볕이 쨍쨍 쬘 예정이어서 오후 일찍 어디로든 나갈 작정을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한 종업원의 전화를 받으면서 그런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다. 일이 있어서늦을 거라는 내..
Broadway 동네 산책 2 - 돌아오는 길 Broadway 동네 산책 2 - 돌아오는 길 평소엔 이 정도 거리가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데 날이 더우니 힘이 들었다. 더위도 더위지만 내 몸에서 나오는 땀의 끈적거림이 제일로 불쾌했다. 따지고 보면 내 몸에서 배출되는 것이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