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치지 못한 편지

(13)
부치지 못한 편지 (13 ) 부치지 못한 편지 (13) LA에서 출발한 여동생은 그 때까지 병원에 도착하지 않았다. 누가 더 오실 분이 더 있냐고 간호사가 물었다. 여동생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해야할 절차를 계속 진행하라고 했다. 간호사는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기 위해 다시 분주해졌고 아버지의 시신은 속이..
부치지 못한 편지 (12) 부치지 못한 편지 (12) 아버지가 숨을 거두신 후, 당직 간호사에게 먼저 그 사실을 알렸다. 간호사가 아버지의 혈압을 재고,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 가지 절차를 거쳐 아버지의 사망을 확인해주었다. 그리고 얼마를 기다려 종이 위에 사망 시간 같은 것을 적어 아버지 시신 위에 올려 놓았..
부치지 못한 편지 (11) 부치지 못한 편지 (11)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버지의 죽음은 어떤 것으로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의 거의 마지막 지점에 아버지는 도달하신 것 같았다. 결승점이 있는 운동장의 마지막 몇 바퀴를 남겨둔 마라톤 선수처럼 몸 속엔 남아 있는 힘이..
부치지 못한 편지 (10 ) 부치지 못한 편지 ( 10 ) 아버지의 숨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더 거칠어져 갔다. 호흡의 거칠기가 디크레센토는 없고 크레센토만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답답함과 불안함의 크기도 아버지의 숨소리에 비레해 커져만 갔다. 아버지의 마지막 숨은 언제일까. 숨이 멎고, 뛰는 심장..
부치지 못한 편지 (9) 작은 이모부내외와 외숙모께서 광수 부부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셨다. 전 날밤부터 꼬박 병원에서 지내셨으니 좀 쉬셔야 할 것이다. 그 분들도 다 칠십 중반을 넘어 팔십으로 가는 그 어디 쯤에 발을 디디고 계시니 육신이 얼마나 피곤하실까. "먼 길 떠날 때, 가장 멀리까지 배웅나가는 것..
부치지 못한 편지 (8) 부치지 못한 편지 (8) 한국에서 발행되는 월간 '참 소중한 당신'에 2년 동안 내 글을 실은 적이 있었다. 그 첫 번 째로 실었던 글이 다음의 '눈을 치우며'이다. '참 소중한 당신' 2010년 1월호였다. 아버지께 드리는 내 마음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첫 글이었기에 기억력이라고는 부실하기 ..
부치지 못한 편지 (7) 저녁 10시 쯤 되어서 광수가 자기 처와 같이 병원을 찾았다. 광수를 보며 세월은 나만 스쳐지나간 것 같은 억울함을 느끼곤 한다. 네 살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세치 하나 없이 검고 숱많은 머리에다 얼굴엔 주름하나 보이질 않았다. 동안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고 청년의 모습이라고 하..
부치지 못한 편지 (6) 부치지 못한 편지 (6) 시간이 흐르며 아버지의 숨은 점점 거칠어졌다. 1-2초 때론 3초 정도 숩을 멈추었다 몰아 쉬곤 하셨다. 숨을 쉬는 고통,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 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단지 군대에서 화생방 교육시 받았던 개스실의 체험을 떠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