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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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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베어진 나무의 등걸. 수 십 개의 나이테가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나무와 껍질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그 틈새에서 푸른 풀 몇 포기가 자라고 있다. 모든 것이 떨어지는 조락의 계절에, 그것도 일찌감치 생물학적인 생명을 마감한 나무 틈새에서 어린 풀포기의 쌩쌩한 푸른빛을 보며 다소 쌩뚱맞은 기분이 들었다. 틈. 그렇다, 틈(사이)은 틈(싹이)인 것이다. 나에게도 이 나무의 틈과 같은 틈이 있었다. 쎙떽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나에게 있어서 최초의 틈이었다. 시인으로 등단했던 과 선배가 나를 보고 '어린 왕자' 같다고 했을 정도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영혼이 깃들 수 있는 틈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영혼이 깃들여 싹을 틔울 수 있는 그런 삶, 그런 영혼. 틈은 틈(사이)이며, 틈(싹이)이고..
거위의 꿈 거위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국에 살 때 어디에서인가 보았던 거위의 기억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미국에 와서 , 특별히 뉴저지에 살면서 눈에 밟히는 것이 Canadian Goose다. 내가 한국에서 본 기억이 있는 정통 거위(?)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오매불망 거위를 그리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10월에 지인의 초청을 받아 Vega Mountain에 있는 산채(?)에 초대를 받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산속에 있는 농장에 달걀을 사러 갔다. 나중에 보니 달걀의 빛깔이 가지각색이었다. 갈색도 있었고 옅은 푸른빛을 띈 것도 있었다. 흰 달걀도 있었고 갈색에 짙은 점들이 박혀 있는 것도 있었다. 유기농 닭이 낳은 순수한 유기농 달걀이었다. 농가 앞, 접선 지점에 치루어야 할 돈을 놓고 돌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