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adway 동네 산책 2 - 돌아오는 길
평소엔 이 정도 거리가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데
날이 더우니 힘이 들었다.
더위도 더위지만 내 몸에서 나오는 땀의 끈적거림이
제일로 불쾌했다.
따지고 보면 내 몸에서 배출되는 것이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서 배출되는 것들은 순간만 견디면 되는 것이지만
내 마음에서 배출되는 독기는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영혼의 배출물이
누군가에게 독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 몇 마리,
지나가던 중국 아저씨도
자신의 방식대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너무 덥다.
갈증도 나고 조금 지치기도 했다.
마음 속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철을 타고 돌아갈까?
Uber를 부를까?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오지 않았으면
이런 갈등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를 소유함으로써
삶에 갈등이 생긴다는 아이러니,
그 단순한 이치를
알지 못 하는 걸까?,
잊고 사는 것일까?,
아니면 애써 얼굴을 돌리는 것일까?
내 삶도 그렇게 어리석을 것이다.
만약 내 이승의 마지막 순간을 가불해서 볼 수만 있다면
조금은 더 넉넉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건물로 들어가는 계단 때문에
벽화 속 소녀의 얼굴은 1/4이 없다.
여기도 소화전이 열려 있다.
한 마디로 덥다는 얘기.
가던 길에 보아 두었던
Juice Bar에 들어 갔다.
주문을 받고 만들어주는 줄 알았는데
미리 만든 것을 냉장고에 넣어 팔고 있다.
시원한 당근 주스로 몸도 좀 식히고
갈증도 덜었다.
나는 여기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자전거를 거꾸로 놓으니
벽에 기대지 않아도
기특하게 제 홀로 서 있는 것이다.
내 존재를 거꾸로 뒤집어서
당당해질 수 있음을----
(숨은 사람 하나 사진 속에 있습니다.)
Myrtle 역.
사람들이 입구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호스에서 나오는 물방울처럼
사람들이 흩어진다.
아침엔 역으로 사람들이 수렴을 하고
저녁엔 역으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확산을 한다.
수렴과 확산이 이루어지는 곳이 역이다.
전철은 호스 같은 역할을 한다.
물 대신 사람들이 지나간다.
사람들은 역에서 생각이 갈린다.
수렴할 때와 확산할 때에.
용도 폐기된 가스 레인지.
황동규 시인의 '풍장'이라는 시의 첫 부분을 옮겨 본다.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 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이 개스 레인지는 풍장마저도 사치인 끝을 맞았다.
풍장도 사치가 되는 삶
공중에 매달린 운동화.
공중전화 부스 속이 텅 비었다.
이젠 누구도 공중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스 양 쪽엔 전화기를 보호하기 위한 쇠 말뚝이 박혀 있다.
길 건너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원하면 아무 때나 전화를 할 수 있는 시간 안에 살고 있다.
절실함,
그리움 같은 것도
사라지고 있다.
시간이 주는 선물인
발효의 기다림을 맛 볼 수 없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조금씩 사라져 가는 신발 수리점.
아직도 시간을 견디며 버티고 있다.
간판의 구멍 사이로 옆 가게의 간판이 엿보인다.
'Fax Copy'
사라져 가는 것들,
사라져 가는 시간을 Copy해서 저장해 둘 곳은 어디 없을까?
헌 타이어를 모아 놓은 곳,
터의 주인은 누군가 매입자가 나타나길 기다릴 것이다.
짤땅값은 처음에 살 때보다 백 배 이상 뛰었다.
머지 않아 저런 풍경도 사라질 것이다
별 것도 아닌 폐 타이어를 보고
공연히 코가 찡긋해진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잔함,
그 안에 나도 있다.
얼음과자 파는 여인.
날이 더워서 대목을 좀 보았는지 모르겠다.
공중전화 부스를 막고
그 위에 조화로 장식을 했다.
공중전화의 무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론가로부터 시작해서
저 물방울들의 진행은 일단 여기서 멈추었다.
일단은 하수구로 흘러들고
얼마는 여기 머물다 증발될 것이다.
존재의 소멸.
그리고 하늘 어디에서 구름으로,
빗방울로 모습을 바꾸어 살아날 것이다.
참으로 신비한 물의 윤회
공중에 흩어지는 물방울들을 보며
나는 잠시 고개 숙여 다짐을 한다.
'사는 동안 착하게 살아야 겠다고.'
가는 길을 돌아 올 때
풍광이 사뭇 다르다.
상이 만들어 내는 조화.
같은 길인데도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길은 다른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건다.
"산은 산이고
물이로다."
그리고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이 다른 것 같아도
길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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