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산책-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새 참 추웠다.
금요일 오후부터 추워진 날씨가 토요일과 일요일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부대로 복귀하는 막내를 라구아디아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길에
동쪽 하늘이 바알갛게 물이 드는 것이 보였다.
벌써 봄이 노는 건가?
뉴저지에서 브루클린까지 출퇴근 힐 때
팰리사이드 파크웨이를 달리며
왼쪽으로 보이던 하늘이
이렇게 붉으면 봄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새 해를 맞지 않았다.
아마도 브루클린의 아침 해가 뉴저지의 그것보다
더 부지런을 떨어서 그리 이른 시간에
하늘이 붉게 물든 것 것이라고 잠정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아내는 "민기 내려주고 바다에 갈까?"
바다라고 해야 20분만 차로 달리면 되니
일도 아니었다.
아내와 나의 차이가 여기서도 나타났다.
"난 오늘 COSTCO에 갈 일이 있으니 문 여는 시간에 가면 안 될까?"
아내는 순순히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가 자기의 뜻을 고집했다면
나는 별 저항 없이 그러자고 했을 것이다.
아내의 감정이 앞서는 면과
나의 이성적이고 효율을 숭상하는 성정은
한 때 충돌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리 해도, 저리 결정을 내려도
별로 중요하지 않음이 한순간 깨달아졌다.
나를 버리고 얻어지는 자유를 지금까지 누리고 있으며
그것은 더 크고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들 엇더하고 또 저런들 엇더하겠는가?
아침의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이고 있는 바다나
햇살을 받아 은처럼 하얗게 빛이 나는 바다나
바다는 다 바다인 것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내가 비록 참선을 알지 못하나
한 순간 저 화두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하여 내 앞에 열려진 새로운 세상.
바다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물새 소리,
파도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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