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nza 일기- Parma의 추억
Parma라는 도시는 여러모로 나에게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도시다.
한 달 전에 두어 시간 도시를 걸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다.
한 달이 지나서 다시 찾은 Parma에서
이번에는 특별하게도 오페라 극장 무대에 올려진
베르디의 '일트로바토레'라는 오페라를 관람할 기회를 가졌다.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리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사이좋게 공간을 공유하며
적당히 바쁘게 흘러 다니고 있고
거리의 사람들은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유려하다는 인상으로 내게 남아 있는 곳이 바로 Parma이다.
다시 말하면 아주 지루하지도 않고
적당한 운동감도 함께 간직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Parma라고
나는 묘사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번에 Parma에 들렸을 때
Parma의 두오모를 방문하고 싶었는데
문을 닫아서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이번에는 오페라를 관람한 다음 날 아침 일찍
두오모를 찾았다.
가까운 거리에 성당 둘이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과 화려함은 내 가슴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 같아서
얼마 동안 숨을 멈추어야 했을 정도이다.
두오모에서는 미사 시간과 겹쳐서
잠시 미사에 참례를 하기도 했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중소 도시의 수많은 성당을 들렀지만
특별히 Parma의 성당들의 아름다움은 특별히
내 기억의 화폭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찾아간 그 성당들의 기억보다도
한 달 전에 거리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기억이
내게는 더 촉촉하고 생명력 있게 남아 있다.
그 기억 중 하나는
거리에 주차를 할 때 만났던 노부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길거리에 주차를 하고
주차권을 발매하는 기계 앞에서 티킷을 꺼내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부부도 주차권을 사기 위해
조용히 우리 뒤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우리가 벌이고 있는 기계와의 전투가
끝이 보이질 않아서 일단 후퇴를 하고
그 노부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런데 그분들도 기계와의 전투를 하다가 일단 후퇴를 해야 했다.
우리는 이탈리아 어를 모르니 당연히 패퇴를 했다고 쳐도
노부부가 기계에서 물러난 것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잠시 후에 노부부는 지원군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그 블록의 상점에서 일하는 젊은 아가씨가 지원군으로 자원을 한 것이다.
지원군은 아주 쉽게 그 노인들을 도와서
주차티킷을 얻게 해 주었다.
능수능란한 지원군에게
정중히 우리도 도움을 청했다.
지폐도 동전도 없었던 우리는 크레디트 카드를 이용해야 했다.
그런데 든든하다고 믿었던 지원군이
기계와의 치열한 전투에서 밀리는 듯싶더니
결국 항복을 했다.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던 노부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노인은 주머니를 뒤져 동전 몇 개를 지원군에게 건네주었다.
동전 몇 개가 기계 안으로 흘러들어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티킷이 스르르 기계 밖으로 빠져나왔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서야
우리는 주차권 발매 기계와의 전투에서 신승을 거둘 수가 있었다.
노부부에게 돈을 갚고 싶다고 했더니
노인은 극구 사양을 했다.
나는 노부부의 마음을 마음에 새겼다.
또 하나의 기억은 거리를 거닐다가
골목길 하나에 마음을 빼앗겼을 때 남은 것이다.
작은 차 하나가 지나갈 거리의 양쪽 건물 사이의 공중에
반사체의 조형물들이 모빌처럼 걸려 있었다.
사진을 찍느라 길 중간에서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통해
고개를 들고 공중의 오브젝트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 한 대가 내 뒤에 서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가.
나는 길 옆으로 물러나 운전자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운전하던 여인은 내게 괜찮다고 하며
손을 흔들어주며 가던 길을 갔다.
사실 이탈리아의 중소도시에는 수많은 성당이 있는데
한결같이 아름답고 화려하다.
특별히 Parma의 성당들도 그 빼어남이
어느 성당과 비교를 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Parma를 추억하면
내가 방문했던 성당들 보다는
길거리에서 만났던 노부부와 상점 직원,
그리고 골목에서 만났던 운전자의 모습이
부조처럼 도드라지는 건 왜일까?
진정한 교회는
아름다운 조각이나 화려한 그림으로 치장되어 있어도
텅텅 비어있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숨 쉬고 걸어 다니며 일을 하는 세상이 아닐까?
교회 건물 안에 앉아 있을 때보다
교회 밖에서,
매일 걸어 다니는 거리에서 아름다운 미소로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아주 작은 존재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Parma를 추억하며 되새김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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