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스카니(Tuscany) 지방의 작은 도시들을 다니다 보면
담과 축대 같은 구조물 사이에
벽돌의 앞부분 그기의 작은 구멍이 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아마도 스며든 물이 흘러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부러 만든 통로 같은 것이라고 나는 짐작을 한다.
그런데 구멍이 큰 곳에는 예외 없이 비둘기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옆의 담장에 난 구멍엔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채워져 있다.
물병, 휴지, 젤라토가 담겼던 작은 종이컵, 담배꽁초 등등.
거리는 비교적 깨끗한데
구멍 속은 지저분하다.
사람들은 거리에 선뜻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예외도 있을 것이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지나가는 길 옆
담장에 있는 작은 구멍 속에 쓰레기를 버리며
바닥에 직접적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는 자기 합리화와 더불어
죄의식에 대한 사면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구멍 속의 쓰레기가 어둡게 보여주는 것 같다.
사실 거리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일이 더 쉽다.
누군가,
그리고 언젠가는
구멍 속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과연 어디에 쓰레기를 버리며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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