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였든가, 아니면 유타였든가.
사막길을 달릴 때 'Scenic View'라는 사인이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길로 방향을 틀었다.
'Scenic View'라고는 하지만
서부의 기막힌 국립 공원 여러 곳을 다녀온 나에게는
다 그렇고 그런 경치들의 연속이었을 뿐이었다.
이 곳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멀리 산이 보이고
들판 중간에 키 작은 푸른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사막 특유의 단조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 왔다.
그 곳을 그냥 떠나려고 하다가
잠시 차에서 내려
바람을 쐬려고 절벽 가까운 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절벽 근처에 모루 모양을 한 바위가 있었는데
청년들 몇이 번갈아 가며
그 바위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기념으로 우리도 거기 올라가 사진을 찍으려고
자세히 바위를 살펴 보았다.
꼭대기에 오르려면
사람 키 두 배는 거뜬히 되는 높이를 올라야 했는데
사다리 같은 도구의 도움 없이는
우리 같이 특별한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내 눈으로 얼핏 보기에는 불가능한 일을
청년들 몇이 해내는 것을 보고
참으로 기특하고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내가 오르지 못했어도
내가 그 바위 위에 올라간 것처럼 통쾌했다.
산악인 누군가가 에베레스트에 올랐을 때
비록 내가 아니더라도
마치 내가 오른 것 같은 환희로움을 느꼈던 것처럼
대리만족을 그 청년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청년 1을 청년 2 3 4가 협심을 해서
무등을 태우고 발을 떠 받친 후
바위 꼭대기에 밀어 올렸고
다시 청년 3 4가 청년 2를 밀어 올리고
청년 1은 바위 위에서 손을 잡아 끌어 올렸다.
청년 1 은 청년 2 3 4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바위 아래로 내려온 뒤
청년 3이 바위 꼭대기로 올라 갔다.
그런 방식으로 서로 돌아가면서
청년 4까지 모두 무사하게 바위 꼭대기에 올라
사진을 찍고 내려올 수 있었다.
무심히 지나치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혼자로서는,
그리고 여럿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치부했으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청년 넷이 창의적으로 협동을 통해서 해내는 것을 보며
1+1+1+1=0일 수도 있었던 것을
1+1+1+1=무한대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청년들의 아름다운 협동은
지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천국의 모습을 내게 보여 주었다.
그 청년들이 떠나고 난
바위 꼭대기 위의 빈 자리가
바로 이 지상의 천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곳,
서로서로 희생과 협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갈 수 있는 곳.
그 바위 위의 빈 자리가 Scenic View'였고
아름다운 현동과 희생을 통해서야
비로소 눈에 나타나는 천국이 아닐까?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