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치우며 2
몇 해 전이던가 크리스마스를 한 이 주일 정도 앞두고 폭설이 내렸습니다.
일요일 아침, 눈이 멎고, 햇살이 얼굴을 내밀자 아들과 같이 눈을 치웠습니다.
driveway에 쌓인 눈을 거의 치워갈 무렵
갑자기 한 생각이 머리에 떠 올랐습니다.
차 바퀴가 지나지 않는 driveway 한 귀퉁이에
하트 모양의 부조를 만들고 나머지 눈은 말끔히 치워버렸습니다.
까만 아스팔트 위에 하얀 눈의 부조가 만들어진 거죠.
그 위에 눈을 좀더 부은 후에 꼭꼭 다져서 야무진 조각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아빠가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착했다.”고 엄마에게 전하라고 했습니다.
잠시 후에 충실한 전령과 함께 밖으로 나온 아내에게
난 그녀가 평생 받아본 카드 중 가장 큰 것임에 틀림 없을 하트 모양의
눈으로 된 부조를 ‘헌정’했습니다.
그것을 본 아내는 “쓸데없는 일 그만하고 어서 점심 식사나 해요.” 하며 눈을 흘기는데,
그 눈매가 참 곱더라고요.
그날 밤 아내와 나는 거실의 커튼을 올리고 밖을 내다보았어요.
그날 밤은 유난히도 밝은 달이 휘영청 하늘에 떠 있었고
driveway의 하트조각은 순은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하늘과 땅 사이, 그 어딘가에 커다란 돋보기 같은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 밤 중에 보는 눈이 그렇게 밝을 수 있겠어요?
돋보기를 통과한 달빛이란 달빛은 모두 다
내가 만든 눈 하트위에만 쏟아지는 것처럼
그렇게 희고 밝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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