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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Savannah 가는 길 - Tybee Island

토요일 아침,

아내 전화기의 요란한 알람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 왔다.

그 전 날 편안한 잠을 못 잔 덕에

꿀잠을 잘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은 아내가 찍어 놓은 Tybee Island에 갈 예정이었다.

눈꼽만 대충 떼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길 건너 주차장에 있는 우리 차는

온통 물기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마치 샤워를 한 후 물기를 걷어내기 전의 모습이었다.


그 모든 게 안개 때문이었다.

어둠과 안개가 뒤섞인 새벽.

강이 바로 옆에 있어서 일까?

안개는 아주 포근하게 주위를 감싸고 있었고

그 안개는 Tybee Island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물기를 거두지 않았다.


섬으로 가는 길은 아주 단순했다.


어떤 길 하나를 계속 달리면 되었다.

20 여 분 차를 달리니

희끗희끗 늪 같은 것이 불빛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로등과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끝에서

왼 쪽으로 꺾어 들어가니

바다와 가까운 곳에 등대가 있었다.


등대는 더 이상 등대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 같지는 않고

박물관이나 교육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았다.


오던 길을 돌아 나와 가던 길을 10 여 분 더 가니

드디어 해변에 도착했다.

길의 끝은 바다로 가는 구름다리 같은 길이 있었다.

어릴 적에 서울에서 흔히 보던 육교를 우린 구름다리라는

아주 낭만적인 이름으로 부르곤 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길 양 쪽으로는

모래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키 작은 식물들이

수줍게 작은 꽃들을 피워내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해가 뜨고 세상이 훤해지고 난 뒤,

돌아 올 때 본 풍경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아직 어두워서

사위 구분이 되지 않았고

멀리 보이는 하늘만 불그스름하게 빛이 났다.


하루의 새 하늘을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흥분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새벽과 아침이 이어지는

그 짜릿한 순간을 목격하는 순간 모든 걸 잊는

무아지경을 체험하게 된다.


몰아!


우리는 아직 혼돈 상태인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들이 마시며

천천히 바닷가를 거닐었다.


나는 사진을 찍었고

아내와 아들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아마도 둘이 나눈 이야기는

파도에 쓸려서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예전 같으면 일출이고 뭐고

그냥 잠을 자거나 혼자서 게임에 빠져 있을 막내가

엄마 아빠를 따라 나가기 위해

고단한 잠에서 빠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이제 막내가 알게 된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


그 소중한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나누어 갖기 위해 아들이 마음을 쓰는 것이 보였다.


흐뭇한 내 마음 같이 둥근 Tybee Island의 아침해가

두둥실 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