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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Alaska Cruise

Alaska Cruise Day 1 (2)


점심을 먹고 나니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어떤 예술가들에게는

무료함이 창조의 원동력이라고 하던데

내겐 빈둥거릴 수 있는 기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미국에 이민 와서 살면서

빈둥거릴 수 있는 시간은 별로 가져보질 못했다.


옳지, 이번 크루즈의 주제를 빈둥거림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일주일 동안 백수의 정석을 마스터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열씨미 일한 그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던데

그건 사실이었다.

일주일 동안 잘 먹고

엄청 빈둥거렸는데 집에 돌아와서

이주일 동안 감기 한 번 빡세게 앓았다.


백수도 체질이고

그런 백수의 생활을 몸도 안 아프고

무탈하게 해 내는 사람들의 내공은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일까 하는,

나름 심각한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백수도 존경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은 존경의 대상인 것이다.


오후 내내 빈둥거리다

멋진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리하여 첫날 백수의 정석 입문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우리 방엔 베란다가 딸려 있다.

우리가 탄 Holland America Line에 속한 배는

다 vista type으로 85%의 객실에 베란다가 딸려 있다고 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베란다 몇 개가 합쳐진 큰 방도 있는 것 같았다.


발코니에서 건너 편을 보고 찍은 사진.


아래 층은 세관과 출입국 관리소가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곳의 건물 안에는

Vancouver Convention Center가 있다.

우리도 이곳을 지나 배 안으로 들어왔다.


배 저쪽으로 Vancouver시의 건물들이 보인다.

부두와 배 사이에서는

크레인 같은 장비들이 동원되어

배가 떠날 수 있도록 준비가 한창이다.


늘 잊고 산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그 노고를.



여기도 있다.

뉴욕에서 처럼


빈병을 줍는 사람.


저 사람은 이런 배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볼 것이다.

소리 질러 이름을 부르면 들리는 거리에 있는 저 사람과

배의 심정적인 거리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저 사람도 언젠가는 이런 배를 탈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런 꿈을 품고 있다면

저 사람이 담고 있는 것은 빈 병이 아니라

희망인 것이다.


그가 희망을 주어 모으고 있다면 좋겠다.



우리 방 유리창에 반사된 배 건너편 풍경.

꼭대기의 소나무가 인상적이었다.

'로마의 소나무'라는 교향시처럼

 로마에서의 소나무는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작고 많지도 않은데

Vancouverd의 소나무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빈둥거리며 오래 바라보아서 일까?


오래 본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말과 같다.


빈둥거림의 일환으로 오른 갑판에서 한 장.

비가 내렸고,

비가 내리고 있다.


바다 옆으로는

물에서 이착륙하는

관광용 비행기들이 눈에 띈다.





저 두 로프로

이 배가 육지에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다.


단 두 줄의 로프.


심심해서 찍은 사진.

우리 발코니의 가드 레일,

아래층 발코니의 가드 레일,

받줄, 유리창, 반사.


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방 안에서 빈둥거리기.


거울이 있는 화장대.

그 앞엔 한 쪽은 그냥 거울이고

다른 한 쪽은 볼록 거울이 달린 거울이 있다.


화장대 반대 편엔

베니스 풍경 사진이 걸려 있고

그 아래에 작은 소파가 있다.

그 소파에 앉아서 카메라로 장난을 쳤다.


내가 시인 이상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이정도면 성공적인 빈둥거리기


그리고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구명조끼가 있는 위치도 확인하고

직접 착용하는 모범적인 시민의식도 발휘했다.


세월호는 나의 '까이꺼 대충대충'하는

생활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기가 타야할 구명 보트가 있는 곳에 모두 집합.

출석을 부르니 빠질 수가 없다.

대충 넘어가지 않고 제법 치밀하게 출석 체크.

요것이 끝나야 배가 출발한다.

구명조끼 착용법도 설명하는데

우린 이미 예습까지 마쳤다.

그러니 설명이 재미가 없다.


예습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학교 다니면서 예습은 해 본 적이 없는데도

수업이 재미 없었던 건 왜지?


우리에게 배당된 보트는 #16

혹시나 해서 보니 2백 하고도 명 십 명이 정원이었다.

대충 계산해보니 우리 탈 자리가 모자르진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 만일의 사태가 벌어져도

평소의 우아하고 교양 있는 태도를 잃지 않고

승무원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것 같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품위를 잃을까 하고

가끔 두려워질 때가 있다.


그럴 경우 ,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말하던 것과

거리가 먼 행동을 한다면?'

하는 가정은 늘 나를 긴장시키곤 한다.




파란 색, 빨간 색, 노란 색, 흰 색,

흐리고 비 오는 날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밝게 해주는 원색들.



육지와 배를 연결시켜주는

푸른 색과 흰 색, 두 동앗줄.

제법 팽팽하지 않은가?


'연결' 이 단어에는 팽팽한 긴장김이 있다.


그대와 나,

나와 그대


그 사이의 긴장감.


비행기가 바다에 내리고 있다.

두 시간 비행에 사람 당 약 오백 달러?




갑판의 벤치위에 내린 비.


우리가 탄 배 이름이 Zuiderdam이다.


우리가 탄 Holland America Line에는

네 척의 배가 있다고 하는데

동.서.남.북.

 네 방향을 가르키는 말로 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Zuiderdam은 유추해 보건대 동 쪽 아니면 남쪽일 것이다.(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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