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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Alaska Cruise

Alaska Cruise- 오로라를 찾아가는 여행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엄밀하게 따지면 일주일이 넘는다.)  Alaska Cruise 여행을 떠난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에 갔던 그 멤버들과 함께 간다.

바로 아랫 동서 부부와 우리 부부, 이렇게 넷이다.

우리 넷은 이미 한 팀이다.

저녁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심오한 인생을 논한다. 

대화의 주제도 다양해서 여행부터 노후의 삶 같은 주제가 때로 식탁 위에 오르기도 한다.

올 초에 여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

예정지로 꼽힌 곳이 스페인, 페루의 마추피추, 등이였다.

 

저녁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예행 연습까지 끝냈는데

무언가 걸려서 그만 Alaska Cruise로 낙점이 되었다.

아, 맞다, 마추피추는 고산병 때문에 고생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은 후,

품위를 잃는 여행은 불가하다는 마님의 말씀에 힘 입어 여행 예정지에서 일찌감치 탈락.

결국 먹고 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크루즈 여행으로 가닥이 잡혔다.

 

나야 어딜 가든 발언권이나 선택권이 없다.

동서 부부가 여행경비를 대겠다고 했을 때부터

나는 잠자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입장이었다.

한 마디 하지 않아도 굿구경과 떡이 굴러들어오는데 괜히 밤 내놔라, 감 내놔라 해서

그 분들(손 아래이긴 하지만 경비를 대는 고귀한 일을 한 분들에게보내는 나의 성의)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아내 덕임을 밝혀 둔다.

 

동서는 큰 대학의 학장으로,

처제는 야채 가게의 사장으로 일년 (거의) 365일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까닭으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건 우리 마님 몫이다.

음식을 하는 데도 솜씨가 뛰어나기에

저녁 식사 시간은 누구에게나 행복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게다가 동서는 당뇨 환자이어서 식단을 짜는데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내는 동서의 건강을 고려해서 꽤 신경을 써서 저녁상을 차린다.

물론 동서의 피나는 노력도 있지만

아내의 정성도 한 몫을 해서인지

동서는 약을 먹지 않고도 정상인의 혈당치를 유지하고 있다.

 

역시 공부 많이 하고 겸손한 사람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

그 모든 영광을 우리 마님의 덕으로 돌리는 걸 보면 말이다.

여행 경비를 부담하며서 자신들의 여행에 동참해 달라는 부탁을 할 때도

나는 돌부처 행세를 했다.

경거망동 하다가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나도 때로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다.

그러기에 한 두 푼도 아니고 거액이 들어가는 이 여행에

아무 기여한 것도 없이 무임승차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입 닫고 가만히 있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는 걸 슬슬 깨닫게 된다.

 

올 여행은 심오한  의미가 있다.

2년 동안 학장의 소임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동서와,

10년 넘게 뼈가 녹도록 일을 하던 야채가게 운영에서 손을 떼는 처제,

이 두사람의 되찾은 자유를 기념하는 여행이다.

벙어리, 6개월, 장님 6개월, 귀머거리 6개월을 무사히 마치고

나도 그분들( 나만 아무런 명분이 없다.)과 내일이면 여행을 떠난다.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그냥 떨레떨레 쫓아갈 따름이다.

무엇을 어찌 구경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길을 떠난다.

그래도 나는 한 가지 때문에 이 여행에 설레임이 진하게 배어 있음을 느낀다.

오로라 때문이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시벨레우스의 '핀란디아'의 주제에 가사를 붙힌 노래에서 그 설레임은 시작되었다.

 '오오로라 찬란한 하늘아래---'로 시작되는 가사에 나오는 '오로라'에 그만 내 영혼을 빼앗겼다.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내 평생 오로라는 한 번 보고 죽어야할 사명감 같은 것을

음악 시간에 굳게 다진 것이다.

글쎄 이번 여행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 찬란하고 오묘한 빛들의 잔치를 평생에 한 번은 꼭 보고 싶다.

 

그런데 말이다, 그 눈에 보이는 오로라 보다도

아무런 구실도 못하는 나를 평생 소원인 오로라를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여행에 끼워준

그 분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오로라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오로라에 마음을 뺐겨 정작 사람(그분들) 마음 속에 있는

아름답고 고귀한 오로라는 놓지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 주위의 세상은 늘 오로라로 찬란한 것은 아닌지--------

그러고 보니 내 마음에도 오로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로라를 찾아가는 여행, 마음의 눈이 열리니

벌써 사방이 오로라로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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