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의 둘쨋 날 (1)
피렌체에서의 첫 날은 맥스 덕에
아주 산뜻하게 잘 보낼 수 있었다.
푸짐한 밥 상위에 잘 차려진 음식을 먹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국, 밥 반찬,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맛깔난 음식을 먹은 것 같은
상쾌한 느낌으로 하루를 마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우리는 피렌체 시내로 향했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우리가 묵었던 호텔이 있었는데
피렌체 역까지 셔틀버스가 있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마다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맥스의 도움 없이 우리끼리의
오딧세이가 시작된 것이었다.
늘 그러하듯이 정확한 목적지나 계획도 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역 앞의 길을 건너 싼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부터
둘쨋 날의 여정을 시작했다.
아침부터 날씨가 찌기 시작했다.
성당의 기둥 옆에는 집시 여인 둘이
그늘을 피해 앉아 있다.
성당 개방 시간에 맞추어 구걸을 시작할 채비를 하는 것이다.
저 두 여인에게도 꿈이라는 게 있을까.
삶에 지쳐서
아침 햇살도 다 귀찮은 것 같다.
내 삶, 나의 아침은 어떤가?
나에게도 아직 꿈이라는 게 있기는 있는 걸까?
내 나이보다
더 늙어버린 내 꿈의 나이를 본다.
저 두 여인에게서.
피렌체에도 각기 다른
수도회, 수녀회가 있어서인지
심심치 않게 수녀들을 볼 수 있다.
이 흉칙하게 생긴 청동 조각의
머리 꼭대기도 어김 없이
비둘기가 점령하고 있다.
비둘기의 영토.
잠시 길을 잃었다.
두오모를 중심으로 몇 갈래의 길이 나 있는지 모른다.
지도 한 번 들여다 보지 않은 나는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요새 자주 그런다.
내가 어디 서 있는지 멍할 때가 자주 있다.
내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 보며
내가 낯설어지곤 한다.
내 삶의 나침반을어디에서인가 잃어버린 것 같다.
John, where are you?
모자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어느 과일 가게.
물건이 그리 많지 않다.
뉴욕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규모부터 차이가 난다.
과일을 만져서도 안 된다.
손을 댔다가는 주인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
주인이 주는대로 돈을 내고 사야 한다.
뉴욕의 소비자들은
여기 와서 교육을 좀 받아야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역 앞의 기념품 파는 가게
한국말 피렌체 안내 책자가 눈에 띄었다.
성당 앞 분수대 가장자리엔
한 여인이 노숙을 하고 있다.
화려한 색상의 바지
비둘기 한 마리가 곁을 지키고 있다.
갑자기 분수가 물을 뿜어도 별 상관이 업었다.
날은 이미 더우니 말이다.
아내는 뉴욕에서 산 가방을 들었다.
'Eataly'
맨하탄에 있다.
큰 건물의 한 층을 다 차지하고 있는 곳.
이탈리아 먹거리에 관한 건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된다.
과일 야채, 육류, 낙농제품, 와인, 파스타.
Yoy just name it!
재료를 살 수도 있고
갖가지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차 유리창을 통해서 길 건너
동서의 모습을 찍었다.
전 날 맥스가 동서의 전화기에 wifi를 연결해 주었다.
피렌체 시내에는 누구나 wifi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맥스의 말로는 피렌체 시장이 젊은 사람인데
자신의 업적을 과시할 요량으로
이런 정책을 시행한다고 한다.
학장이라는 직책상 하루에 60여통의 이메일을 보고
처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돌아가서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어디 메여 있지 않은 자유의 소중함.
아무 것도 아닌 내가 고마운 경우.
엄마를 따라 나온 여자 아이.
그 아이에게서 싱싱한 아침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의 카페엔 식탁보가 곱게 깔리는 시간.
그렇게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느 식당 앞.
아침 식사의 샘플을 전시해 놓았다.
두오모의 꼭대기.
거리의 상점, 물건들로 가려져
꼭대기를 보기 힘이 든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 느낌을 갖는 것은.
주변에 쓸데 엇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각성을 하기도 하지만
가야할 길,
그 타성에 젖은 길 가는 일이
또 나를 잃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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