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 로마 첫날 ( Foro Romano )
있던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그 잔해를 모아 다시 복원할 수 있는데까지 복원하는 중인 모양이다.
그 복잡한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게임 같은 것.
무너진 건물 사이, 사람들 발길 닿지 않는 곳엔
레이스처럼 생긴 하얀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다.
한 쪽 편에 있는 이동 매점.
새로 선출된 교황 프란치스코 1 세도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이다.
자의든 타의든
교회의 세속화 그리고 우상화가 곳곳에서
내 눈을 거슬리게 한다.
교회의 세속화가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리 되어야 할 것이나
교회의 본질을 간직하지 못하고
진흙탕 속에 잠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흙탕물에 잠긴 연꽃
내 모습도 그리 다르진 않을 것이다.
영광스럽고 찬란했던 고대 로마의
현재 모습.
아무 쓸모 없는 폐허일 뿐이다.
한창 때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중심이었던 곳.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을 벌이고 (Foro Romano- Forum의 어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던 로마의 중심지.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던 사람들.
정말 "소고기 사묵으면 뭐하겠노?"란
개그 콘서트에서 유행시킨 말처럼 삶의 허무를
절실히 깨닫게 해준 곳.
유형의 것들은 사라진다.
내 육신도 사라진다.
남는 것은 이름,
그리고 그 크기에 따라 '사랑'은 오래 남아
두고두고 기억되기도 한다.
'사람은 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청동상이
불현듯 떠 올랐던 이 곳.
무너졌던 건물을 복원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잡풀들이 무너진 문명 대신 번성(?)하고 있다.
흙이 있는 곳이면 싹을 틔우는 생명.
한 때 빛나던 문명의 화려함이 지고난 자리를
이름 모를 풀꽃들이 차지하고
나름 소박한 영화로움을 누리고 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이
저 가운데 난 길을 통해 걸어들어 왔다지, 아마.
영광스러웠던 길을 걸어들어 왔던 그 사람들,
군중들의 환호 소리는
다 어디 갔을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도
이렇게 부조를 해 놓았다.
로마 시내 건물마다 새겨진 숱한 문양이며 조각들.
난 그것들과 아예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 사람들이 쏟아 부은 시간과 땀을
그냥 스쳐 지나간다는 것은
형벌에 가까왔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이 될까?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져 온 문명을
단 이틀만에 본다는 것은
과장하면 그것을 맡들고 지켜온 사람들과 시간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냐 눈은 달보다는 주변을 맴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열주.
안과 밖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 세우던 기둥.
성과 속,
위엄과 평범을
이런 기둥으로 구분했다.
공간의 나뉨에 따라 공간이 갖는 의미도 달라진다.
저 열주 뒤에는 무언가 신성하거나
위엄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건물이 있었을 것이다.
무너진 건물 저 너머 언덕의
소나무는 아직 정정하게 푸르기만 한데-------
신기하게도 대학 1학년 때 무턱대고 외웠던
쉐익스피어의 'Mcbeth' 중의 한 대목이 떠울랐다.
파리에 갔을 때 몽마르트의 숱한 인파를 볼 때도
이 문장이 생각 났었다.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로 시작하는
아주 유명한 대목이다.
운률의 맛도 모른 채 그야말로 유명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외웠는데 아직도 내 기억의 창고에 남아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이젠 내가 읇조리면서도 스스로 가슴이 울리는
그런 ,
그런 나이가 되었다.
나도 제법 산 모양이다.
비둘기 한 마리.
문명의 허망함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색에 들었다.
풀꽃.
영광과 폐허.
빛과 어둠.
도대체 무엇이 어둠이고
무엇이 빛이란 말인가.
사진을 찍는 여인.
현재를 찍으면
과거의 모습이 나타나는 그런 사진기는 없을까?
사진은 흔히 현재의 모습을 기록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과거가 찍히는 사진기를 발명한다면--------
머지 않아 그런 사진기도 개발될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Foro Romano를 빠져 나와 콜롯세움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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