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 로마 첫날 ( Piazza del Compidoglio)
사진을 찍고 길을 가다 보니 이런 건물이 보였다.
따로 떨어진 두 건물을 아치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 서로 이었다.
애초에 하나의 건물로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사람들과 마차 같은 것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내기 위해
이런 수고를 한 것이다.
배려의 마음은 언제나 희생을 필요로 한다.
기꺼이 바치는 희생으로
세상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지는지 모른다.
드디어 나타난 광장.
마르쿠스 아우렐레우스 황제의 청동상이 보이고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많은 사라들은 더위에 지쳐 그늘에 쉬고 있었다.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 쬐는 광장 보다는
그늘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로마의 황제 이며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청동상만이
꿋꿋이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명상가인 아우렐리우스는 더위에 관한 명상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되는데 글쎄-----
고등학교 3학년 때인가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명상록'을
떠 올려 보았다.
거의 40년이 되었다. 그 글을 읽은 지가.
덥긴 더운 모양이다.
결혼 할(?) 신랑 신부가
사진 촬영을 위해 이 곳을 찾은 모양이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저 젊은 예비 부부에게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나에게는?'
이런 깊은 철학적 명상을 하기엔 너무 더웠다.
아마 명상을 시작했더라면
가뜩이나 부족한 내 머리의 수분이 다 증발하고
로마 공항에서 만났던 고장난 버스처럼
연기를 풀풀 뿜어댈 정도로 더웠다.
광장의 다른 쪽 끝엔 넒든 계단이 있다.
다시 돌아와 가만히 보니
사람들이 앉아 있는
건물의 문 뒤로 무언가 보였다.
흰 석상.
들어가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다.
따로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가 보다.
누군가가 석상에 눈길도 주지 않고 그 앞을 지나갔다.
갈라진 벽.
그 뒤의 유도화.
로마.의 인상 중 남는 것 중 하나가 이 꽃이다.
그리고 구석에 위치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목이 사라진 한 석상이 있었다.
로마 시대에도 참수형이 있어서
머리가 없는 상을 조각했나?
아님 세월이 지나며 부서진 것인가?
아루렐리우스도, 이 석상의 모델이 된 사람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은 아니다.
황제가 죽음에 대해 했던 명상이 어렴풋이 기억나기는 한다.
계단을 내려 오는 두 사람.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길을 인도하는 장면.
더운 날 손에 땀띠날 것을 두려워 하지 않음이
곧 사랑일지니.
로마에서 여름에 손 잡고 다니는 사람은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는 생각.
곳곳에 이런 물이 있어서
물도 마시고 빈 병에 물도 채우고.
물이 고마운 여름의 로마.
기회 있을 때마다 물을 채우고
또 마셔야 로마에서의 여름 날씨를 견딜 수 있다.
처제는 또 지도를 보고 있다.
다음 행선지,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하는라
현재 내 주위를 둘러 보지 못한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
Carpe Diem!
나에게 참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Dead Poet's Society'라는 영화에서
영어 교사 Keating이 학생들에게 했던 라틴어 경구.
지도는 나의 위치를 확인해주는 도구이다.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를 때
지도는 아무 소용이 없는 종이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어디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알고서야
방향이나 장소가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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