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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우리집 봄뜰 - 둘러보기

 

우리집 봄뜰 - 둘러보기

 

 

 

 

바야흐로 봄이다.

꽃이며 나뭇잎이 자기만의 빛깔로

울긋불긋 채색을 시작했다.

 

 

 

축구를 하고 돌아오는 길.

동네 숲 속을 들여다 보았다.

 

전 주일만 하더라도

휑하니 텅 비었던 공간이

연한 녹색의 나뭇잎으로 채워졌다.

 

내 마음도 초록물이 드는 것 같았다. 

 

봄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처럼

점묘법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동네 어느 집은 나무 주위로 빙 둘러서

튜울립을 원 없이 심었다.

 

 색색의 빛깔로 연주하는

빛의 교향악을 듣는 것 같았다.

 

눈으로 듣는 빛의 교향악.

 

황홀경에  빠졌다.

아, 색이 주는 엑스터시..

잠시 넋이 나갔다.

 

 

 

 

 

 

아내가 사다 심은 꽃들도

제 빛깔을 뽐내고 있다.

 

 

 

해가 잘 드는 현관 앞 화단의 철쭉은

여드름처럼 빨간 열꽃이 돋았다.

철쭉도 사춘기가 찾아오고,

그리고, 한동안 열병을 앓을 것이다.

폭죽같이 격렬한 열병.

 

 

 

 

Dog wood.

 

우유색과 핫 핑크 색이 있는데

우리 집엔 우유색 Dog Wood 밖에 없다.

다른 집에 핀 핫 핑크 섹의 Dog wood를 보면

예쁘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한다.

욕심이 없는 것 같은데

은근히 소유욕이 있는 나 자신을 본다.

 

얼마 전 나뭇가지를 과감하게 쳐내고는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솜씨라고는 쥐뿔도 없는

내가 손을 대서

제대로 꽃이나 피울 수 있을런지,

아니, 그보다도 나무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지는 않을런지,

마음을 졸였다.

 

꽃송이가 벌어지는 것이 얼마나 반갑고 신기했는지

그리고 고마왔는지 모르겠다.

 

많이 버려야

더 많이,그리고 더 좋은 것을 얻는다는 걸

꽃나무는 환한 미소로 알려주었다.

 

 

 

 

벚꽃 나무 아래

새 한 마리.

 

 

 

 

 

 

 

우리 집 나무 중, 가장 값이 나가는 나무일 것이다.

조경하시는 분의 말로는

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Japanese Maple.

 

가지에 나무꽃이 피었다.

잎이 다 돋고 나면

 그 풍성함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큰 비치 파라솔처럼 생긴

나무 아래에서

바람 스치는 소리를 듣는 것도 특별한 흥취이다.

 

가을에 단풍이 든 나뭇잎에

아침 햇살이 묻으면

마치도 환각제를 밪은 것 같이

한 동안 황홀경에 빠진다.

 

 

 

 

 

 

 

아침부터 빛의 환각에 빠져

몽롱하다.

 

그런데 잠시 후 환각에서 빠져나와

발 밑을 보니.

 

O M G!

이름도 모르는 잡풀들이 지천으로 널렸다.

잔디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기야 몇 해 동안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

엉망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잔디 상태는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울고 싶어라'

 

 

 

 

 

 

 

 

잔디 사이에 돋아난

이름 모를 풀꽃,

울고 싶은데 이 꽃을 보는 순간

마음이 풀어졌다.

새끼 손가락의 손톱만한 흰 꽃이

하얗게 웃는데

어찌 얼굴을 찡그릴 수 있을까.

 

 

이 보라색 풀꽃도 꽤 넓은 면적을

점령하고 있었다.

푸른 잎을 따서 코에 대어 보니

민트 향기가 폐 안으로 흘러들었다.

싸한 보라색 향기가-----

 

 

 

잔디 밭에 돋은 민들레를 뿌리 채 뽑았다.

한 소쿠리가 넘었다.

 

녹색을 배경으로 노랗게 핀

민들레가 난 예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잔디 밭에 피어나는

민들레를 보고 질색을 하는 걸까?

 

민들레를 뽑으며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어찌 하랴,

내가 살기 위해서는

민들레를 뿌리채 뽑아야만 하는 게 팔자인걸.

 

아내의 잔소리가 두려워

마지 못해 민들레를 뽑으면서도

민들레에게 미안해 하는 마음을 갖는 내 자신이

'악어의 눈물'처럼 위선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민들레를 그냥 두자고

강력하게 대들지도 못하고

그냥저냥 쭈구리고 앉아서

민들레를 뽑야야 하는 내 모습.

 

젊은 시절 각지고 날카롭던  

난 어디 갔을꼬?

 

흐물흐물

물러터진 딸기 같이

맛이 간 내가 밑들레를 뽑고 있다.

 

'아, 옛날이여!'

 

 

 

 

 

뉘신지?

 

 

 

길에 떨어진 연초록 나무 꽃술도

이 봄풍경의 한 부분을 이룬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흐뭇해 한다.

 

우리집 어느 유리창에도

초록물이 담뿍 들었다.

 

민들레에게 미안해 하던 마음도

뿌리채 뽑은 민들레와 함께

소쿠리에 담아버렸다.

 

민들레는 어느새 까맣게 잊고서는

아내가 상으로 내미는

커피향에 취해서

나 자신만은 마냥 행복해져도 되는,

 

그래, 아름다운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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