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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사진으로 하는 동네 산책

아침 산책

 

 

 

 

 

동네 어귀의 저수지.

출퇴근 길에 지나는 이 저수지의 모습은

늘 다르다.

햇빛과 물안개, 온도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늘 새롭다.

오늘 아침은 수목화 같은 느낌이 난다.

한 해에 한 번 정도 비가 많이 오면

저수지 사이의 길에 물이 넘친다.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저수지 옆의 작은 숲.

비가 많이 와서 생긴 웅덩이에

숲이 담기고,

햇살이 내려 앉았다.

햇살은 미풍에

비늘처럼 잘게 부서진다.

 

 

 

우리 동네 기찻길에도 아침이 오고 있다.

빛이 철로를 따라

오는 것 같다.

안개가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머리에 막 뿔이 난(?) 사슴.

그리고 또 다른 사슴.

우리집 옥잠화를 뜯어먹는 주범들.

우리집 옥잠화는 아직 10%만 먹었다.

올핸 꽃을 볼 수 있으려나.

사슴들의 접근을 막는 Spray도 있는데

우리집은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옥잠화는 생활의 한 부분이지만

사슴들에게는 생존이기 때문이다.

 

 

 

이 물방앗간 집에서

비가 온 다음날 아침이면

괜찮은 사진 몇을 건진 적이 있다.

혹시나 해서찾았지만

오늘은 별로 빛이 좋질 않다.

 

 

 

 

 

사막에서 이슬은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수분의 공급원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밤새 생겨나서

해가 나면 잠깐 보석처럼 반짝이다

말 그대로 이슬처럼 사라지는 이슬이 아름답다.

저 이슬을 보며

'내가 너무 오래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느집 울타리 위로 고개를 내민

덩쿨에 꽃이 피었다.

막 솟아 오르는 햇살에

눈이 부신걸까.

햇살이 간지러울 것 같다.

 

 

 

 

 

 

 

짐에 돌아오니

우리집의 꽃들도 표정이 아주 밝다.

 

 

 

집 뒷 쪽에 있는 데크에서는

식구들이 커피 타임을 즐기고 있다.

처음으로 파라솔을 폈다.

날씨 때문에 오늘에서야

밖에 나 앉았다.

 

 

 

아내는 우리집 화단에 핀 꽃들 중에서

짜투리를 꺾어다

작은 화병에 꽂아서 분위기를 돋운다.

정말 상쾌한 아침.

커피와 꽃, 그리고 새들의 소리.

빛과 소리와 향기가 어루러지며

눈을 뜨는 우리집 아침.

 

 

 

언젠가 아내가

물통에 연을 심었다.

꽃이 필 때가 된 것 같은데 꽃이 없으니

너무 밋밋하고 심심하다고 했더니

아내가 우체통 옆에 핀 꽃 한 송이를 따다

물 위에 띄웠다.

심심하던 물 통 안이

금새 활기가 생겼다.

그런 센스를 갖고 태어난 나의 아내는

말 그대로

'안해'이다.

 

 

 

 

 

 

 

 

아내는 현관 앞 화단에 꽃을 심는다.

백일홍, 과꽃.

꽃을 심고 가꾸는 사람의 기쁨은

그것을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다.

사랑의 손길로 가꾼 식물이

꽃을 피울 때

느끼는 잔잔한 기쁨을

어디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것에 견줄 수 있을까.

요란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 그런

기쁨.

 

오늘 아침도 우리집 뜰에는

기쁨과 행복이 피어난다.

 

 

 

 

 

살아가는 일은 꽃을 가꾸는 것과 같다.

꽃을 가꾸는 사람도 행복하지만

그 꽃을 보는 사람에게도

행복이 전달된다.

 

안해의 꽃피우는 삶.

 

나는 꽃을 가꾸고 피우는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면 그냥 구경꾼의 삵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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