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날 일기
해병대에 있는 막내가 보낸 꽃 바구니 - 흰 카네이션으로 만든 강아지가 우리 집 Sammie를 꼭 닮았다.
5월 두번 째 일요일은 어머니 날이다.
지난 일요일이 그러했듯이,
누굴까?
한 해의 가장 아름다운 오월의 하루를 골라
어머니 날로 정한 것은.
.
누군가가 조사한 설문의 결과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Mother'라고 했던가?
가장 아름다운 단어의 주인공인
어머니께 드리는 선물을 사는 사람들의 숫자도 숫자려니와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마음가짐도
너그럽고 넉넉하다.
우리 세탁소가 있는 동네 사람들 중에
꽃이나 풍선 같은 것들을 사지 않는 사람이 하나다도 없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어머니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모든 것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어머니 날이 밝았다.
축구하러 가야 하기에
일찍 일어났다.
5시 30 분 쯤.
그런데 좀 있으니
후두둑 하고 빗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토요일에도 비가 내렸기에
축구를 하지 못할 것 같아 안달이 났다.
콤퓨터에서 날씨를 확인하니 해가 쨍쨍.
이럴 때 '못 먹어도 고'라고 하는 건가?
그러더니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가고 비는 그쳤다.
축구장의 숲 속의 풀잎.
구름이 걷히지 않았고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풀잎에도 빗방울이----
곧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저 긴장감.
작은 웅덩이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운동장 가장자리의 풀꽃들.
지난 주 내린 비로
쑤욱하고 눈에 보이게 키가 컸다.
민들레 아니면 엉겅퀴의 씨.
거의 다 날아가고
남은 씨들이 앙상하게 보인다.
꽃이 진 자리에 남은
씨.
아이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저러하지 않을까
씨앗들은 바람결에 어디론가 떠나서
새로이 예쁜 꽃을 피우겠지.
여성이 진 자리에
씨앗처럼 을씨년 스럽게 남는 모성.
그래서 모성이라는 말에는
저 민들레 씨앗처럼 슬픔 같은 것이 배어 있다.
보랏빛 향기.
축구를 마치고 돌아오니
우리집 뜰엔 라일락의 향이 그득했다.
벚꽃은 거의 다 지고
철쭉이 대세다.
벚꽃 엔딩, 그리고 철쭉.
하나가 떠나면
새로운 것이 온다.
철쭉과 벚꽃을 한꺼번에 다 갖지 못한다는
이 계절이 주는 화두.
그것은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 같은 것일까.
아니면 하나의 문이 닫히고
새로운 문이 열리는
희망 같은 것일까
집에 들어서니 케익 굽는 냄새가
집 안 가득 시끄럽다.
내가 지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아버지 날에도
축구 끝내고 돌아올 때 쯤이면
늘 케익을 굽곤 했다.
케익 굽는 냄새로 시작되는 어머니 날.
세 딸이 모여
어머니 날 Brunch를 준비한다고 했지.
아직 준비가 덜 된 식탁 위엔
지영이가 꺾어다 놓은
라일락 꽃이 유리 잔에 꽃혀 있었다.
아내가 하는 일을 지영이가 흉내낸 것이었다.
이맘 때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제 방 문을 열면
엄마가 꺾어다 놓은 라일락 향기가
자기를 맞아주었다는 어린 시절의 추억.
지영이가 먼 훗날 엄마를 회상할 때면
아마도 라일락 향기도 함께 맡을 것이다.
엄마의 생물학적인 유전자 뿐 아니라
성품이나 마음씨 같은 것들도
딸들이 닮았으면 좋겠다.
거실의 꽃들도 오월처럼이나 싱그럽다.
어미는 자식들에게 생명을 주는 존재이다.
아내는 아이들 뿐 아니라
화초도 잘 가꾼다.
아내의 손길이 닿으면
시들시들하던 화초에도 금새 생기가 돈다.
아내의 손은 놀라운 힘을 가졌다.
그 놀라운 힘을
사랑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말인데
난
우리 아이들이 부럽다.
그것도 아주 많이-----
축구를 마치고
샤워도 하지 않은 채로
아내에게 커피 한 잔 달라고 청했다.
아무래도 난 커피에 중독된 것 같다.
아이들에게
"I'm a coffee addict.,
mooreover
I'm an extraordinary wife addict."
라고 말하면 아이들에게서 일제히
비명이 터져 나온다.
"이유"
"Yuck!"
"Goosebump"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토하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그래도
속으론 누구보다고 행복해하는 걸
이 아빠가 왜 모르겠니?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모든 준비 끝.
나야 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맛있게 잘 먹어주면 된다.
'맛잇다',
'언제 이런 걸 다 배웠니?'
중간중간
이런 추임새만 끼워주면 된다.
나이 들면서 내가 할 줄 모르는 건
남에게 잘 맡긴다.
그리고 잊지 말고 추임새.
내가 간사해 지는 건지
아니면 지혜가 느는 건지,
아무래도 좋다.
추임새는 삶의 윤활유 같은 것이다.
딸기도 반으로 자르니
하트 모양을 속에 지니고 있다.
팬 케익도 하트 모양.
이거 먹다가
사랑에 체하겠다.
식사후 즐거운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른바 'girl talk'
남자들은 얼씬도 하지 못한다.
밥상머리 교육이 이루어진다.
참으로 지혜로운 아내이자 엄마이다.
나중에 내가 딸들에게 물었다.
"You're mom is so special, right?"
딸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 엄마의 특별함을 알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딸아이들도 엄마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참 생명을 주는 그런 모성이 있는 한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생명으로 충만할 것이다.
마치 이 오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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