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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서부 여행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 어머님의 뜰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 어머님의 뜰

 

 

 

3박 4일 여행 일정은 그랜드 캐년 방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는 그랜드 캐년을 나와서

아리조나 피닉스 큰교의 장인 장모님 댁으로 향했다.

피닉스로 가기 위해서는

해발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높은 산을 넘어야 했다.

산에 침엽수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어두워지는 산을 굽이굽이 오르고 내리는데

나무들 발 밑으로

그 때까지도 제법 눈이 쌓여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산을 넘으니 Flag Staff라는 곳이 나타났다..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진 아리조나에서

Flag Stafff라는 곳은 유일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곳이어서

이 곳 사람들의 이상향이라고 한다.

겨울에 사람들이 스키를 타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높은 산을 다 넘어 산 밑 동네에 접어드니

앞  하늘이 붉은 색과 보라색을 합친

신비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등 뒤로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운전하는 동서에게 차를 길 옆으로 세우라고 하고는

차 안에서 몇 장, 사진을 찍었다.

 

 

 

 

노을은 막 산을 넘어가고 있었는데

그 황홀한 빛이

우리가 탔던 차의 유리창에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어둠이 깊게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두 시간 이상을 더 가서야

어머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뒷뜰에 나갔더니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스프링클러의 물이 햇살에 잘게 부서지고 있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곳이어서

이렇게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지 않으면

농작물이며 꽃나무가 살 수 없는 곳이다.

 

 

 

 

 

 

 

 

 

어머님이 가꾸시는

정원의 꽃들.

 

 

 

그리고 이 것은

오렌지 나무와 꽃,

부엌에서 뒷뜰로 나가는 문을 열면,

오렌지 향기가 뜰 안에 그득하다.

 

 

 

 

 

 

 

 

어머님은 뜰에 꽃나무를 가꾸시고

채소를 기르신다.

겨울이 없기 때문에 일년 내내

어머님의 뜰엔 채소가 푸르게

자라고 있다.

 

상추며 쑥갓, 아욱, 파 같은 채소와는 물론이거니와,

참외와 멜론 같은 과일이 땅에서 자라고 있다.

뜰의 가장자리엔

오렌지와 자몽, 레몬 라임 같은

Citrus나무가 푸르게 자라고 있다.

 

자식들은 자 자라서 더 이상

어머님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머님은 자식 대신 채소와 꽃을 기르고 가꾸신다.

그리고 자식이나 손주들 중

누군가가 방문을 하면

손수 가꾸신 채소를 깨끗이 다듬어서

다섯 자녀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보내신다.

 

우리는 그 채소를 먹으면서

오렌지 향기가 묻어나는

어머님의 뜰과

어머님의 손길을 기억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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