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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서부 여행

Arches National Park (1)

 

Arches National Park (1)

 

 

 

 

 

 

-Arches National Park에서-

 

 

우리는 Mesa Verde를 나와

입구 근처의 길에서 

장모님께서 며칠을 걸려

준비하신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 시간에 음식점을 찾아가는 것도 문제지만.

먹을 만한 음식점을 찾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시간은 돈이 아닌가.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나그네에게

먹을 음식이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미국에서 산 시간이 많은 나에게도

언어나 음식은 여전히 한국어와 한식이

제 1 언어이며, 제 1 음식이다.

 

모국어를 'Mother tongue'라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배운 언어,

처음 먹은 음식의 어떤 인자가

내 핏줄과 정신 곳곳에 늘어붙어서

내 의지로도 뗄래야 떼어낼 수 없는,

운명같은 것이 되고 마는 것이

바로 언어이며,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Mesa Verde를 떠나

Arches National Park로 가는 길에도

여전히 눈 덮인 산은

내 눈을, 그리고 내 마음을 잡아 끌었다.

 

 

 

 

 

들에는 봄이 와서 간간히 꽃들도 피었는데

산 꼭대기의 눈은 언제나

녹아서 온전한 봄의 모습을 보여줄런지

궁금했다.

 

Mesa Verde를 떠나 얼마를 달렸을까,

우리는 Colorado를 떠나

Utah주에 접어 들었다.

그리고 얼마를 더 가니

Moab이라는 동네 이름이 나왔다.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이 길가에 늘어선 것으로 보아

우리의 목적지가 멀지 않은 것 같았다.

휴가철이 아니어서인지

동네는 비교적 한산했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둘로 갈렸다.

 

 

 

 

Park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는데

왼 쪽 편에 경사가 심한 모래 언덕이 보였다.

몇 사람이 그 모래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로프 같은 것을 잡고 오른다고는 해도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이라는 걸 감안하면

노동도 그런 중노동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그 힘든 일을 하는 것일까.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는 실존주의의 명제가 떠올랐다.

그리고 부조리.

합리적 이성만으로는

인간을 설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차는 게속 높은 곳으로 올랐다.

Arches National Park는 아주 높은 곳에 있었다.

 

입장료를 내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주 친절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이 곳 Utah주는

주민의 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Mormon 교를 믿고 있다.

한 마디로 Utah주는 Mormon교가 시작된 곳이며

Mormon 교도들의 성지이다.

 

 내가 미국 오기 전 잠시 영어를 배웠던

Mrs. Kovacs라는 분도 남편과 함께 Mormon교도였다.

 

Mormon교가 어떤 종교인지는 몰라도

Mormon교도들에게는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Mrs. Kovacs때문이다.

 

참으로 마음이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갈 것이라는 걸 알고는

미국생활에 관해 여러 가지 Tip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고 있었던 아내가

예정일을 일 주일을 넘겼어도 아무 소식이 없어

속으로 끙끙 앓을 때도

초산 때는 이 주일을 넘기는 경우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나를 안심시켜준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Mormon교도들은

일단 '좋은 나라'로 분류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내가 믿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뭉퉁거려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지며

인간적으로나

신앙적으로나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 곳은 방문객을 위한 장소.

시청각을 통해 이 곳을 설명하는 방이며,

기념품과 이 곳을 안내하는 지도 등이 갖추어져 있다.

 

 

이 곳에 있던 생물의 화석 같은 것도 눈에 띄었고,

 

 

공룡의 발자국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풍광이 예사롭지 않았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전에 부지런히 다니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 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다시 언덕길을 오르며 보이는 경치가 예사롭지 않았다.

가슴을 뛰게하는 무엇인가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연극 구경을 가서

징 소리와 함께

무대의 막이 오를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탄에 감탄.

 

인간의 손으로 저리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과 시간의 합작품,

마음만 바빠서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사실 멋진 사진 한 컷만

얻으면 되는데 그걸 하지 못했다.

 

해가 지는 방향이며, 시간,

그리고 지형을 미리 연구를 해야 하는데

처음 가는 그 곳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사진도 대부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다.

먼 경치는 그런대로 볼만한데

가까운 경치는 흔들렸다.

어떤 사진은 그것이 생각지도 않은 효과를 냈다.

마치 풀이 바람에 흔들리고

구름이 실제로 흘러가는 듯한----

 

 

 

차를 타고 지나다 보니

무슨 'Salt'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명이 보였다.

아마 수천 만 년 전엔 이 곳이 바다 깊은 곳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소금이었는지는

맛을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해가 질 무렵에 갔던 이 곳은

신비로운 하늘빛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한 곳이다.

해가 지는 반대 방향의 하늘빛은

노을 그 자체보다도

더욱 신비롭다.

 

언젠가 보스톤 인근의 바닷가에서 보았던

바닷가의 노을, 그리고 그 반대편 하늘의

신비로운 보랏빛.

 

 

 

 

 

해가 거의 질 때 간 이 곳은

가장 큰 아치가 있는 곳이다.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저물어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 곳에서

잠시 두려움에 잠겼다.

혹시 외계인이 이 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하느

유치한 겁을 먹었다.

왜냐하면  예전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보았던 영화 'Star Wars"의 배경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해가 지는 반대 쪽으로 등을 돌렸다.

펼쳐지는 경치.

그리고 먼 데 산.

땅거미, 그리고 해가 저문다는 말엔

늘 슬픔이 함께 묻어온다.

 

놀이의 끝.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먼 곳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도 이 곳을 떠날 시간이 된 것이다.

언제 다시 이 곳에 올 기회가 있을까?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슬퍼지는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저물어가는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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