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2주년을 맞으며

결혼 42주년을 맞으며

오늘은 아내와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1982년 10월 30일 오전 11 시 반포 성당에서 박성종 신부님 주례로 혼배를 했다.

그리고 42년이 지났다.

42번의 결혼기념일을 지나면서 뭐 변변히 기념을 한 적이 없다.

적어도 내가 주도적으로 기념일을 챙긴 적은 없다.

 

작년에 이탈리아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소렌토에 들렸는데

거기에 있는 '카루소'라는 나폴리 지방 출신의 불세출의 테너를 기리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이

내가 주도적으로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기린 거의 유일한 일이었다.

 

올해는 아내가 아침에 함께 달리기를 하자고 해서

오전 여섯 시에 출발해서 4.2 마일 조금 넘게 뛰었다.

아내는 결혼 42 주년이니까 42,195 킬로미터에 달하는 마라톤은 감히 생각할 엄두를 못 내고

4.2 마일을 뛰자고 한 것이다.

 

처음 1 마일은 천천히 함께 뛰었는데

몸이 풀리자 아내가 뛰는 속도에 내 속도를 맞추자니

몸과 마음이 여간 답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와의 거리를 너무 많이 두지 않기 위해 나는 지그재그로 뛰었다.

결국 아내는 4.2 마일을 뛰었고, 나는 거의 5 마일을 뛰었다.

결국 우리는 4.2 마일을 함께 뛴 것이다.

 

부부로 살아가는 일이 그런 것 같다.

한 사람의 걸음걸이는 다른 이보다 더 빠르거나 느리다.

자기 생각과 능력대로 뛰면 결코 함께 뛸 수가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은 조금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다른 한 사람은 조금 걸음 속도를 늦추어야 함께 할 수 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가 기억난다.

 

​

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영국 끝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란?"

질문을 현상 공모했습니다.

​독자들로부터 비행기, 기차, 도보 등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들이 나왔습니다.

과연 1등으로 당선된 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의외의 답이 1등으로 뽑혔습니다. 바로"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진실로 42년 동안 나의 '제일 좋은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결혼 생활은 서로 한 다리씩을 묶고 달리는 2인3각 경기와도 같다.

내 마음이 너무 앞서도 안 되고 상대방의 발이 너무 뒤처져도 안 된다.

마음을 맞추는 일, 그 자발적인 구속을 잘 지키면

살아가는 일이 기쁨이고 위로이며 희열이다.

 

 데이브 윌리스가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복한 결혼은 두 사람이 완벽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동행을 얻는 것과 같다.

 

나는 아내를 '마님'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로 종이 마님을 대하듯 그렇게 존경을  담아 아내를 대하기 위해서이다.

두 번째로 아내의 세례명이 '마리아'인데 첫자를 따서 마님이라고 부른다. 신앙의 동반자라는 의미를 담아서 그리 부른다.

세 번째로 '억지스럽긴 하지만 MY 님'의 마님인데 '애정하는' 연인의 의미를 담아 그리 부른다.

 

올해는 4,2 마일을 뛰었는데

내년에는 4.3마일을 뛸 것이다.

매년 그렇게 우리가 함께 뛸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면 좋겠다.

늘어나는 거리만큼, 그렇게 사랑도 익어갈 수 있다면------

 

PS. 돌아오는 길에 등 뒤에서 마치 우리가 가는 길을 축복이라도 하듯 예쁜 해가  떴다. 108 스트릿에 있는 Claudette에서 함께 커피를 마셨다.

 

 

Celebrating Our 42nd Anniversary

 

Today marks my wedding anniversary with my wife.

On October 30, 1982, at 11 a.m., we were married at Banpo Catholic Church with Father Park Sung-jong presiding over the ceremony.

Forty-two years have now passed.

Over those 42 anniversaries, I can’t say I’ve ever done anything elaborate to celebrate.

In fact, I don’t think I’ve ever taken the lead in commemorating the day.

Last year, after spending a month in Italy, we visited Sorrento on our way back.

There, we had dinner at a restaurant called "Caruso," honoring the legendary Neapolitan tenor.

It was one of the few times I took the lead to remember and celebrate our anniversary.

This year, my wife suggested we go for a morning run together.

So, at six in the morning, we set out and ran just over 4.2 miles.

She suggested this distance, symbolizing our 42 years together, as a full marathon of 42.195 kilometers felt a bit daunting.

For the first mile, we jogged slowly side by side.

But as my body warmed up, I found myself struggling to keep pace with her.

Not wanting to stray too far, I ran in a zigzag pattern to stay close.

In the end, she completed her 4.2 miles, while I covered nearly five.

And so, we "ran" the 4.2 miles together.

Marriage, I think, is much like this.

One partner’s pace may be faster or slower than the other’s. I

f each runs strictly according to their own ability, they cannot truly run together.

One has to step a bit quicker, and the other a bit slower, so they can be side by side.

 

I’m reminded of a story:

 

A British newspaper once held a contest asking, “What’s the quickest way to get from the end of Britain to London?” Readers submitted answers involving airplanes, trains, and various other modes of travel. But the winning answer was unexpectedly simple: "With a good friend by your side."

 

My wife has been that "best friend" to me for 42 years, and I am certain she always will be.

Marriage is like a three-legged race where each person has one leg tied to the other.

If I get too far ahead or if she falls behind, we stumble.

By aligning our steps and voluntarily sharing this connection, life becomes a joy, a comfort, and a thrill.

As I recall, Dave Willis once said, "A happy marriage is not built on perfection, but on accepting each other's imperfections."

When we fully embrace and accept our spouse as they are, we gain the most precious companion for life.

I call my wife "Manim(Madam)."

First, I use this title out of respect, as if I’m serving a noble lady.

Second, I call her "Madam" because her Christian name is Maria, taking the "Ma" from her name to signify her as a companion of faith.

And, lastly, it loosely translates to "My Lady," holding the affectionate meaning of a cherished partner.

 

This year, we ran 4.2 miles together.

.Next year, it will be 4.3 miles. I hope the distance we cover together grows a bit each year.

And if our love could mature in step with that growing distance--------

 

P.S. On our way back, a beautiful sun rose behind us, as if blessing the path we were walking. We shared a coffee together at Claudette on 108th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