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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들부부의 결혼 기념일, Babysitting

아들부부의 결혼기념일, Babysitting

 

올해는 아들 부부의 결혼 5주년이 되는 해이다.

결혼 5주년에 아들까지 새 식구로 맞은 아들부부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둘이서 외식을 하는 것으로 뜻깊은 날을 기념하고 싶었나 보다.

 

한 달 전에 큰 아들은 우리에게 어제 날짜에 특별한 스케줄이 있는지를 물었는데

별 특별한 일이 없다고 하니

준호를 좀 보아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어제 오후 3 시에 집을 나섰다.

아들네 집에 도착하니 거의 네 시가 되었다.

다행히 주차를 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자기들이 없는 동안 준호을 돌보는데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전달하고

아들 부부는 집을 나섰다.

 

아들 부부의 외식 장소는 덤보에 있는 'River cafe'였다.

'River Cafe'는 우리 부부도 가 본 적이 있었다.

5-6 년 전 아버지 날 선물로 아이들이

그곳에서 브런치를 할 수 있도록 예약을 해주었는데

미슐랭 별이 붙어 있는 그 식당은 멘해튼과 허드슨 강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다 보이고,

음식의 맛과 질도 예술적이다.

음식점에 대한 나의 평가는 늘 인색하기 짝이 없는데

'River Cafe'에 대해서는 손주들 마라보는 내 눈빛처럼

그저 애정이 철철 넘칠 뿐이다.

 

외식을 하기 위해 문을 나서는 아들 부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 아빠에게 당당하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을 하는 아들에게 부러운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그렇지 못했던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사실 아내는 한 두 살, 혹은 세 살 터울로 태어난 우리 다섯 아이들을 키우느라

거의 10 년 동안 밤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었다.

물론 그 동안 우리 둘만이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할 마음도 품지 못했다.

내가 그럴 맘이 있었다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그리 할 수도 있으련만

무엇보다도 나는 마음씀씀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사람이다.

물론 내 이민 삶에도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아내에 대한 마음을 쓰지 못한 것이  더 큰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외출하는 아들 내외의 등을 보며 

가슴이 아려왔다.

 

누구에게 부탁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아이들을 키웠던 아내는

어제 손자를 보느라 오후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들부부는 7 시 반 쯤 되어 돌아왔다.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맛난 음식을 먹으며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손자 준호를 보면서 아들 부부에게 좋은 시간을 갖게 해 주어서

아름 보람도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손자를 보기 위해 오후 세 시에 집을 떠나서

다시 집에 돌아오니 밤 아홉 시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올 아내의 생일에는

아내를 'River Cafe'에서 저녁식사를 하자고 청을 할 것이다.

에젠 돌보아야 할 아이도 없고,

특별히 해야 할 일도 없으니 

내가 조금 마음을 쓰면 그런대로 로맨틱한 시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아픈 시간들에 대해서

아내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위로가 아닐 수도 있겠다.

아내는 아픔이나 어려움 같은 것은 이미 망각의 강으로 흘려보냈을 것이다.

그녀에겐 그저 아름다운 시간, 기쁜 추억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저녁초대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This year marks the 5th wedding anniversary of our son and daughter-in-law. Having welcomed their son into the family, they decided to celebrate this significant day by dining out together.

A month ago, our eldest son asked us if we had any special plans for yesterday’s date. Since there was nothing particularly important, he requested that we look after Junho, their child.

So, yesterday afternoon at 3 o’clock, we left for their house. By the time we arrived, it was almost 4 o’clock. Thankfully, parking wasn’t much of a challenge. We shared some important instructions about taking care of Junho while our son and daughter-in-law were away, and then they left.

The restaurant they chose for their anniversary dinner was “River Cafe” in Dumbo. We had been there before, about 5-6 years ago, when our children gifted us a reservation for brunch. The Michelin-starred restaurant offers a beautiful view of the Manhattan skyline and the Hudson River. The quality and taste of the food are truly artistic. While I’m usually reserved in my evaluations of restaurants, “River Cafe” is an exception—it’s a place where my eyes light up like those of a doting grandparent.

As we watched our son and daughter-in-law walk away for their meal, I felt a mix of emotions. I envied our son’s confidence in asking us to babysit, yet I also felt a sense of embarrassment about my own inability to do the same. The truth is, my wife has spent nearly 10 years raising our five children, who were born within a span of one or two years, and 3 years. During that time, she rarely got a proper night’s sleep. Going out for a meal was a luxury we couldn’t afford, even if I had considered it. But more than anything, my heart wasn’t as generous as it should have been.

Seeing our son and daughter-in-law off, I felt a pang of longing. My wife, who silently raised our children without ever asking for help, spent yesterday afternoon with our grandson. When our son and daughter-in-law returned around 7:30 PM, they shared stories of the beautiful scenery and delicious food they enjoyed. Watching them bond with their grandson, I realized that they had created precious memories.

We hurried back home. After leaving at 3 PM to see our grandson, we returned close to 9 PM. On my wife’s upcoming birthday, I plan to invite her to dinner at “River Cafe.” With no children to look after and no pressing tasks, perhaps we can finally have a romantic evening. Can my small gesture provide some comfort for the painful times she endured? Or perhaps, for her, those hardships have already flowed into the river of forgetfulness, leaving behind only beautiful moments and cherished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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