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 5 KM 달리기
어제는 '세계 달리기의 날(Global Runing Day)'이었다.
타이틀에 'Global'이라는 어마어마한 단어가 들어 있기는 하지만
나도 내 주변의 누구도 어제가 '세계 달리기의 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올 들어 달리기를 시작한 아내에게
흥미도 돋구고 달리기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둘째 딸이 Prospect ParkTrack Team에서 주최하는
5km 달리기 대회에 자기 엄마를 참가자 명단에 신청을 해서
나도 비로소 '세게 달리기의 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내가 달리는 동안 사진도 찍어주고
응원만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둘째 딸이 달리기 대회 신청자 명단에 나도 등재를 시켜버렸다.
내 3 마일 달리기 기록을 보고는 60대 남자 참가자 중에서
1 등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둘째는 가지고 있었던 같다.
결국 나는 아빠를 60 대 남자 참가자들 중 챔피언을 만들어 보겠다는
둘째 딸의 검은 욕망(?)의 희생자가 되었다.
오후 7 시 10 분에 달리기 경기가 시작되었다.
출발선 맨 앞 쪽에는 빠른 기록을 가진 사람들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응원을 나온 딸과 사위는 자전거를 타고
딸은 아내를, 사위는 나를 응원하기로 작전을 짰다.
제일 앞에 있던 거의 프로급 선수들이 출발한 뒤에
드디어 아내뿐 아니라
나로서도 첫 번째가 되는 공식적인 달리기 대회의 출발선을 통과하게 되었다.
내 앞에서 출발한 사람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나는 처음부터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의 실수였다.
처음부터 호흡이 힘이 들었다.
평소에도 최소한 반 마일은 뛰어야
정상 호흡을 할 수 있고 속도도 조절하며 뛸 수 있는데
어제는 출발부터 무리를 했다.
2-3 백 미터를 뛰고 난 뒤 오르막 길이 나타났는데
그 언덕 길이 끝나는 지점쯤 해서
허파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코로 숨을 쉬기가 힘이 들어서 입으로 숨을 쉬는데
그것도 규칙적이 아니라 불규칙했다.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고 싶은 유혹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더군다나 수많은 참가자들이
나를 앞질러 바람 소리를 내며 지나갈 때마다
그들의 등을 보며 절망감을 느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게 해 준 것은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지켜주던 사위 Brian의 응원이었다.
지금까지 잘했다며 조금만 더 힘을 내라던 Brian의 목소리는
어둠 속을 헤매는 배 같은 나에게 등댓불 같은 희망이 되었다.
그럴 즈음 1 마일 지점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1 마일 표지판은 2 마일 조금 더 가면 된다는 희망이 아니라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며 도착한 곳에서
2 마일 도 더 되는 거리를 달려야 한다는 절망감을 주기 위해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지점부터는 오르막 길이 끝나고
평지와 내리막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처음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Brian은 끊임없이 내게 조금 더 힘을 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머릿속으로는 지금은 힘이 들어도
끝까지 열심히 뛰면 딸에게도 기쁨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그런대로 힘을 낼 수가 있었다.
산소가 부족하면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입을 내밀고
벙긋벙긋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같이
그렇게 절실하게 공기를 폐 속으로 밀어 넣었다.
3 마일을 뛰고 나서 200 미터 남았을 때는
정말 기진 맥진한 상태가 되었다.
승리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 해 뛰었던 그리스의 어떤 병사의 마음으로
마지막 200 미터를 마저 뛰었다.
딸아이가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 나는 주저앉았다.
그렇게 힘들게 5 킬로 미터를 뛴 것은 처음이었다.
5 분 정도 지나고 나서 아내도 결승점을 통과했다.
아침에 몸도 풀 겸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가
넘어져 제법 심각하게 부상을 당했던 아내도 좋은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한 것이다.
나의 공식적인 5KM 기록은 24 분 01초였다.
대충 레이스가 마무리된 다음에 딸아이가
"아빠가 60 대 남자 참가자 중에 1 등"이라고 알려 주었다.
아내도 60 대 여자 참가자 중에서 4 등을 했다.
딸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자랑스러웠나 보다.
친구들에게 우리를 기쁜 목소리로 소개를 했다.
앞으로는 가록을 위해 달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뛰는 것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 호흡대로 달릴 것이다.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꽃들과도 눈 맞추며 살아 있음을 느끼며 달리고 깊기 때문이다.
빨리 달리기 위해 달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기쁨을 잃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에서처럼
지금까지 산을 오르느라 보지 못 한 꽃을
이제는 천천히 걸으며 만나고 싶다.
그렇게 천천히 시간을 즐기며 살고 싶은 것이다.
Title: “Now and Anew at This Age” - 5KM Running
Yesterday was “Global Running Day.” Although the title includes the impressive word “Global,” no one around me seemed aware that it was indeed “Global Running Day.”
This year, my wife started running, and to motivate her and pique her interest in running, our second daughter signed her up for a 5KM race organized by the Prospect Park Track Team. It was then that I finally realized the existence of “Global Running Day.”
Initially, I planned to take photos and cheer for my wife while she ran. However, our second daughter unexpectedly registered me as well. She harbored hopes that I, as a 60-year-old male participant, could achieve first place. Thus, I unwittingly became the sacrificial victim of her ambitious desire.
The race began at 7:10 PM. At the starting line, elite runners with impressive records awaited their turn. Our daughter and son-in-law devised a strategy: they would cycle alongside, cheering for my wife and me.
Once the professional runners took off, I crossed the starting line—the first official race start of my life. Eager to catch up with those ahead, I began running faster than usual. It was a mistake. My breathing became labored from the start.
Normally, I maintain a steady pace for at least half a mile to regulate my breathing and control my speed. But yesterday, I pushed too hard right from the beginning. After running 200-300 meters, an uphill section appeared, and the pain intensified. It felt as if my lungs would burst.
I struggled to breathe through my nose, but irregularly. The temptation to collapse right there and then haunted me. As countless participants passed me, creating a whooshing sound like the wind, I felt despair.
What sustained me during this painful time was the encouragement from my son-in-law, Brian, who cycled alongside me. His voice—urging me to push a little harder—became a beacon of hope in my darkness. Despite the difficulty, I reminded myself that finishing the race would bring joy to my daughter.
At the 1-mile marker, I glimpsed a sign. Instead of offering hope that 2 miles were just ahead, it seemed to mock me, suggesting that I had to endure hellish suffering to reach the finish line.
Thankfully, the terrain changed after that point—uphill sections gave way to flat and downhill stretches. I managed to maintain my initial pace. Brian continued to encourage me relentlessly. Even when I felt exhausted, I pushed forward, imagining the determination of a Greek soldier running to deliver victorious news.
With 200 meters remaining, I sprinted with all my might. My daughter greeted me enthusiastically at the finish line. Collapsing afterward, I realized that completing the challenging 5KM was a first for me.
About five minutes later, my wife also crossed the finish line. Despite a serious injury from a fall during a morning run, she achieved an impressive time. My official 5KM record was 24 minutes and 11 seconds. After the race, our daughter proudly informed me that I was the first among the 60-year-old male participants. My wife secured fourth place among the 60-year-old female participants.
Our friends introduced us with joyful voices. Going forward, I won’t run solely for the sake of running. I’ll savor the joy of life by running at my own pace, appreciating the sound of the wind, birds, and making eye contact with flowers. I don’t want to lose the happiness that running brings by chasing speed alone.
Like the poet Go Eun expressed in “That Flower,” I want to walk slowly now, meeting the flowers I’ve missed while climbing mountains all this time. I want to live, enjoying each moment at a leisurely 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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