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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어제 남해근 시몬 신부님을 뵈었다.

 

마흔두 살에 시작해서 10 년 조금 넘게 뉴욕 가톨릭 방송을 했었는데

남신부님이 그때 방송 지도신부이셨다.

 

처음에는 브롱스에 있는 한인 천주교회의 회의실에서 방송 녹음을 했는데

전철이 지나가거나, 사제관의 진돗개가 짖으면 녹음을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마땅한 방속국이나 스튜디오도 없었던 시절이어서

남신부님이 주임으로 계셨던 브롱스 성당을 녹음실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가끔씩 신자들도 복사나 다른 업무 때문에

녹음 도중에 회의실 출입을 해서 NG가 나기도 했던 추억도 있다.

 

신부님의 열정으로 뉴욕 가톨릭 방송은

점차 질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다.

 

나는 중간에 일과 방송을 함께 할 수 없어서

방송일을 그만두었다.

그 뒤로 몇 차례 신부님을 뵙긴 했으나

그냥 스치며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

 

몇 해 전에 은퇴를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한 번 찾아뵙겠다는 마음은

게으름이 막아섰다.

 

그런데 어제 신부님을 뵙게 되었다.

방송을 같이 했던 분과 커피를 마시던 중

그분이 신부님께 연락을 했고

근처에 살고 게시던 신부님이 달려오셔서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년쯤에 크루즈를 여행을 하며 신부님의 강의를 듣는

일명 '선상설교'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부님과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기 위해

차를 향해 걸어가던 중,

동네 집 앞에 눈길이 갔다.

갖가지 색깔의 철쭉이 화려한 빛깔로

나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철쭉이 피었다는 것은

봄날이 다 갔다는 말과 갔다.

봄날은 가고 막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여러 빛깔의

화려한 미소로 철쭉은 나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것 같았다.

 

차 문을 열고 자리에 앉으니

문득 차 안이 더위 때문에 답답해졌다.

창문을 열었다.

 

-아, 봄날이 가는구나.-

 

주차되었던 곳 옆 인도에는

짙은 핑크 색의 꽃들이 떨어져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완전히 봄은 간 것 같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뵌 신부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십 년 전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신부님의 외모와 말투,

그리고 인자한 미소까지,

그리고 아직도 하시고 싶은 일들로 보면

남 신부님의 봄은 아직도 한창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봄날은 가버렸을까?

 

Spring Days are Passing By

 

Yesterday, I met Father Simon.

At the age of forty-two,I started working for New York Catholic Broadcasting for a little over ten years.

Father Nam was the supervising priest at the time of the broadcast.

At first, we recorded broadcasts in a meeting room at a Korean Catholic church in the Bronx.

Whenever a subway passed by or the priest's dog barked, we had to stop recording and start over from the beginning. This was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broadcasting facilities or studios available at the time, so we used the Bronx Church meetin room, where Father Nam was in charge, as a recording studio.

Sometimes, parishioners would enter the meeting room during recording for copying or other tasks, causing interruptions.

Thanks to Father Nam's passion, New York Catholic Broadcasting gradually advanced qualitatively and technologically.

I couldn't continue working and broadcasting simultaneously, so I quit broadcasting.

Since then, I've met Father Nam a few times, but it was just a passing greeting.

I heard a few years ago that he retired, but laziness prevented me from visiting him.

But yesterday, I met Father Nam again.

While having coffee with someone I used to work with on the broadcast, that person contacted Father Nam,

and a nearby residing priest rushed over, leading to our meeting.

It was a short meeting, but we also discussed plans for a project called 'Sermon on the Sea,' where we would travel on a cruise next year and listen to Father Nam's lectures.

After parting ways with Father Nam and heading home,

I noticed something on the sidewalk in front of a neighborhood house.

Various colors of azaleas were throwing colorful glances at me.

The blooming azaleas seemed to subtly indicate to me that spring days are passing and gone, and summer has just begun with its various colors and cheerful smiles.

As I opened the car door and sat down, I suddenly felt stuffy due to the heat.

I rolled down the window.

 

"Oh, spring is passing," I murmured.

 

On the sidewalk next to where I parked, there were dense pink flowers scattered about, making it seem like spring had completely passed.

But then I remembered the face of Father Nam, whom I hadn't seen in a long time.

His appearance, manners, and kind smile, which seemed unchanged from ten years ago, and considering the things he still wants to do, it seemed like Father Nam's spring is still in full swing.

 

-Has my spring day passed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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