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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내 얼굴의 검댕이

내 얼굴의 검댕이

지난주에 지인의 부고를 들었다.

아내는 생전의 그분을 이렇게 회상한다.

 

"큰아들이 태어났을 때
병원까지 오셔서 축하를 하셨던 분
“마리아가 이제 딸도 아들도 있게된 걸 축하한다
이 세상에 있는 걸 다 갖게되는 게 좋다
특별히 딸 아들이 다 있어야 좋다
그런데 이제 다 가졌으니 축하를 왔다”
그 말씀을 잊지않고, 가끔씩 나눌 때도 있다
그 분 말씀의 뜻을
나이가 깊어질 수록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식구가 아닌 분 중에서 유일하게 꽃다발을 들고
아내와 아기를 찾아 오셨다고 아내는 그분을 떠올린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어머니의 미소를 가지셨던 분으로
고인을 기억하고 있다.
 
그분의 뷰잉에 다녀왔다.
평소 그분이 지니셨던 성품만큼이나
많은 분들이 장레식장을 빼고하게 채웠다.
15 분 전에 도착했지만 주차장엔 자리가 없어서
두어 블록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야 했다.
 
그런데 조문을 오신 분들 대부분이 
'어르신'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연령대에 해당되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의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고인을 위한 기도를 하는데 '연도'라고 한다.
한국 고유의 전통적인 가락과 박자로 노래처럼 하는 기도인데
나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아릅답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인을 위한 연도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전화 벨이 울리고,
카톡 의 알림소리가 연도의 가락에 불협화음처럼 끼어들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그 두 소리가 한꺼번에 터지기도 했는데
연도가 끝날 때까지 잠깐 씩 멈추면서
연도의 흐름을 방해하는 불협화음은 계속되었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핸드폰의 소리를 설정하는 법을 몰라서 그러는 거것인지,
아니면 방법은 알지만 깜빡 잊고 설정을 바꾸는 것을 잊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 '어르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얼마동안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나는 저럴 일이 없을 거야.-
 
대학시절에 읽었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에서 인용되었던
탈무드에는 굴뚝청소 이야기가 나오는데 댕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한 랍비가 제자에게 물었어요.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한 아이의 얼굴은 시커먼 그을음이 묻어 있었고,
다른 아이의 얼굴에는 그을음이 없었네. 그
렇다면 두 아이 중에서 누가 얼굴을 씻었겠는가?"

"그야 물론 얼굴이 더러운 아이겠지요."

제자의 대답에 랍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그렇지 않아.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깨끗한 아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씻지 않지.
하지만 얼굴이 깨끗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매진 아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씻는다네."

"과연 그렇겠군요."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랍비가 다시 물었어요.

"그렇다면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굴뚝 청소를 마치고 나온 두 아이가 있네.
한 아이의 얼굴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져 있었고, 다른 아이는 그을음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얼굴이었네.
두 아이 중 누가 세수를 하겠는가?"

제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어요.

"얼굴이 깨끗한 아이겠지요."

랍비가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두 아이 모두 굴뚝 청소를 했는데, 어떻게 한 아이는 얼굴이 깨끗하고, 한 아이는 더러울 수 있단 말인가?"
 
내일 모레면 나도 칠순에 접어들게 된다.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나도 '어르신'의 반열에 조금이라도 발을 걸쳤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실수를 하고,
자주자주 기억에 왜곡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전에 알던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해서 민망한 경우를 당하기도 한다.
 
나는 다른 어르신과는 다르다는 자만심보다는
그분들을 보면서 10 년 후 내 모습을 비춰보아야 할 것 같다.
반면교사( 反面敎師)라는 교훈적인 말도 있지 아니한가.
 
나도 어르신이라는 칭호를 듣기 충분한 나이가 되었으니
매사에 조심하고 겸손해야 함을 다시한 번 
마음의 매무새를 만져야 할 것 같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내 얼굴의 검댕이를 보기 위해서.
 
나는 10 년 후에도 아름다운 어르신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
 

 

Title: The soot of My Face

 

Last week, I heard about the passing of an acquaintance.

My wife recalls them like this:

 

"When our eldest son was born, she came to the hospital to congratulate us.

'Maria now has both a daughter and a son.

Congratulations on having everything in this world.

It's especially nice to have both a daughter and a son.

Now that you have everything, I came to congratulate you.'

 

My wife remembers those words and sometimes shares them.

As I've grown older, I've come to understand their meaning more.

She was the only one who came with a bouquet of flowers, not our family, to visit my wife and the baby. My wife remembers them in that way.

She was the one who possessed the most generous smile of a mother in the world, and I remember the deceased.

 

I attended their viewing.

Many people, not just family, filled the funeral home, just as the deceased had a generous personality.

We arrived 15 minutes early, but there was no parking, so we had to park a couple of blocks away.

However, most of the people who came to pay their respects seemed to be of an age appropriate for the term 'elderly.'

In Korean Catholic churches, there's a tradition of praying for the deceased called 'yeondo.'

It's a prayer done like a song, with traditional Korean melody and rhythm.

Personally, I find it truly remarkable.

But since the yeondo for the deceased began, the phone kept ringing,

and KakaoTalk notifications intruded like discordant notes into the melody of yeondo.

Sometimes, both sounds burst out at once, and even during brief pauses until the end of yeondo, the discordant interruptions continued.

I couldn't tell if the 'elderly' didn't know how to set the sound on their phones,

or if they knew but forgot to change it.

During this time, I was briefly trapped in arrogance, thinking I wasn't among the 'elderly.'

  • That won't happen to me.

In the novel 'The Dwarf' by Cho Se-hee, there's a Talmudic story about chimney sweeping.

It goes like this:

 

"A rabbi asked his disciple, 'Two children came out after cleaning the chimney. One child's face was dirty with soot, but the other child's face was clean. So, which child washed their face?'

'The child with the dirty face, of course,' replied the disciple confidently.

'No, that's not it. The child with the dirty face sees the clean-faced child and thinks their face must be clean, so they don't wash it. But the child with the clean face sees the sooty-faced child and thinks their face must be dirty, so they wash it.'

The disciples nodded in understanding. Then the rabbi asked again, 'So, let me ask you the same question again. Two children came out after cleaning the chimney. One child's face was dirty with soot, but the other child's face was clean. Who will wash their face?'

'The child with the clean face, obviously,' replied the disciple with a smile.

Once again, the rabbi shook his head and said, 'Both children cleaned the chimney, so how can one have a clean face while the other is dirty?"

 

In 3 years, I'll be entering my seventies.

No matter how much I deny it, I won't be able to deny that I've stepped into the ranks of the 'elderly' even a little bit

.As I live, I make many mistakes, and my memory often distorts.

There have been times when I couldn't recognize people I used to know well and felt embarrassed.

Instead of being proud of being different from other elders, I should reflect on myself by looking at them and envisioning myself ten years from now.

There's a lesson in being a negative example.

Now that I've reached an age where I can be called an 'elder,'

I need to be careful and humble in everything, touching the strings of my heart once again.

 

I look into the mirror to see the wrinkles and soot of my face.

I want to remain a beautiful elder even ten years from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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