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1
장손이 태어났다.
큰아들 부부에게서 아들이 태어났다.
2 주 전에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와
우리 식구들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
나의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나, 그리고 큰아들을 지나
부계로 따지자면, 5대째 장손인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큰아들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할아버지나, 아버지도 나를 장손이나, 큰아들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대하시지 않았다.
우리 부부에게 딸 셋이 태어난 뒤,
큰아들이 태어났을 때에도 유난히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남녀 선호 사상에 대한 나의 태도는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아주 심드렁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손자가 태어나서 장손이 태어났다고
조용한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밀가루 반죽에 이스트를 섞듯이
큰아들에게 큰아들이 태어난 기쁨과 의미가 부풀기를 바라서이다.
귀하지 않은 아이나 사람이 있으랴마는
바라던 아이가 태어났으니 큰아들 부부의 모든 역량은
아이에게 수렴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며느리는 휴직을 했고,
아들도 육아를 목적으로 휴직을 했다.
아이 엄마가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나 같은 사람은 아이 아빠가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는 건
두어 주일이면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육아를 위해 하루라도 쉬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쉬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아이 엄마, 즉 아내가 지나치게 과중한 짐을 지었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큰아들은 육아를 위해 두 달의 휴가를 내었다.
나는 속으로
"팔자 좋다."라고 속으로 말했다.
일종의 부러움이 반죽된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처음에 큰아들은 6월까지 공식 휴가를 낼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자기가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
8월까지는 아기 엄마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자기가 다니는 로펌에 다시 요청을 했다.
결론적으로 큰아들은 8월 말까지 넉 달의 휴가를 가뿐히 얻어내었다.
그것도 full pay로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아내만 불쌍한 것 같다.
남편의 도움 하나 받지 않고
다섯 아이들을 낳고 키워냈으니
큰아들의 경우를 보면서 송구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리고 존경심도 우러나온다.
듣자 하니 물리학에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에너지의 형태가 바뀌거나 다른 에너지로 옮겨가더라도
에너지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라고 한다.
우리 삶에도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다른 모습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삶을 구성하는
희로애락도 이 법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
나와 아내가 갖지 못했던 육아휴직 같은 것이 그런 건 아닐까?
돌아오는 수요일엔 손자 준호를 만나러 갈 예정이다.
그저 예쁘기만한 손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달콤한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 달콤한 시간이 공짜로 온 것이 아님을,
아들이 의식처럼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며
진한 묵상을 할 것이다.
아, 달콤한 인생.
Sweet Life 1
The eldest grandson was born.
A son was born to the eldest son's couple.
He came into the world just two weeks ago in very good health,
bringing joy to our family.
From my grandfather, father, me, and passing through my eldest son,
he is the fifth-generation eldest grandson.
In fact, I've never lived thinking of myself as the eldest son since I was young.
Neither my grandfather nor my father treated me with the notion of being the eldest grandson or the eldest son.
After three daughters were born to our couple,
we didn't make a fuss when our son was born.
My attitude toward gender preference issues
could be described as indifferent or very lukewarm.
Yet, the reason I quietly make a fuss about the birth of my grandson this time
is because I hope the joy and significance of having a son are inflated in my eldest son like yeast mixed into flour dough.
Every man and child is precious,
but since the desired child has been born, it is only natural
that all the capabilities of the eldest son's couple converge on the child.
Of course, my daughter-in-law took maternity leave,
and my son also took leave for childcare purposes.
It is only natural for a mother to take maternity leave for childcare,
but for someone like me, it seems that a couple of weeks should suffice for a father to take leave for childcare.
In fact, I have never taken a day off for childcare.
The fact that I have never taken a day off
is tantamount to saying that my wife has borne an excessively heavy burden.
However, my eldest son took two months of leave for childcare.
Inside, I silently said, "He's lucky."
It was a feeling mixed with a kind of envy.
But that wasn't all.
Initially, my eldest son was planning to take official leave until June.
However, after thinking it over carefully,
he concluded that he would need to raise the baby with his wife until August
and requested leave from his law firm again.
Ultimately, my eldest son easily secured leave until the end of August.
And it was full pay.
Now that I think about it,
I can't help but feel sorry for my wife alone.
Without any help from her husband,
she gave birth to and raised five children.
Looking at my eldest son's case, I feel both remorseful and grateful.
And admiration arises as well.
I've heard that there is something called the 'law of conservation of energy' in physics.
It's a theory that even if the form of energy changes or moves to another form,
the total energy remains constant.
Doesn't the 'law of conservation of energy' also apply
in different forms to our lives?
It seems that this law applies to the joys and sorrows
that make up our lives.
Could it be that things like childcare leave that my wife and I didn't have
are a manifestation of this?
Next Wednesday, I'm going to see my grandson Jun-ho.
I will just gaze at the pretty face of my grandson and have a sweet time.
While sipping the coffee my son hands me like a ritual,
I will engage in deep contemplation.
Ah, sweet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