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현실
우리 콘도에서 보면 수평선과 육지가 만나는 근처에
언뜻 보면 성 같은 건물(들)이 보인다.
특별히 안개가 낀 날이면
그 건물(들)은 아내와 내가 다녀왔던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몽생미셸과 그럴싸하게 닮았다.
그 건물들이 있는 곳은
육지가 살짝 굽어진 곳에 있어서
안개가 낀 날에는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래서 아내와 이야기할 때
그 건물(들)은 몽생미셸로 통한다.
그런데 내가 1/2 마라톤을 뛰기 위해 Boardwalk의 마지막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그 건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를 가졌다.
그 건물들은 열몇 블록에 걸쳐서 위치하고 있는데
멀리서 보면 낮고 높은 건물들이 모여 평면의 성처럼 보이는 것이다.
멀리서 보기만 할 때는
그곳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원을 세우기도 했다.
살다 보면 정말 그 건물(들)이 몽생미셸이라고 믿으며
환상 속에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비과학적이라거나, 망상가라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나는 국민학교 4학년 때
네 군데의 학교를 옮겨 다녀야 했다.
그 시절 친구는 단 한 명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단 한 명 아직도 내 마음속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얼굴이 있으니
삼양국민학교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 아이였는데
이름이 윤선애라고 정확하게 기억을 한다.
찰랑찰랑한 단발머리의 선애는
갸름한 얼굴에 좀 쌀쌀하고 도도한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더군다나 말수도 적었다.
그때 음악시간에
"옛날에 즐거이 지내던 일/ 나 언제나 그리워라/"로 시작되는 노래를 배운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선애를 그리워하며 가슴이 시릴 것 같은 상상을 하며
슬픈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워낙 말수가 적은 선애에게
숫기 하나도 없는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없는 건 당연했다.
그 학교를 얼마 다니지 않아
우리 식구는 서울의 끝에서 한강을 넘어 다른 한쪽으로 이사를 했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 황급히 그 학교를 떠나서
새로운 학교로 옮겨야 했다.
선애와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나는 그녀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파스텔 그림 같은 그녀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녀도 지금의 내 나이가 되었을 터이지만
아무리 해도 나이 먹은 그녀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그녀는 여전히 단발머리 찰랑이는 새침한 여자아이일 뿐이다.
그러니 선애는 내 속에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이며 비현실적이라고
놀리거나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선애가 나이 먹음을 한사코 거부할 것이다.
선애는 내 안에 환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사람에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환상 하나쯤은 간직하고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봄꽃이 필 때.
그리고 먼 산의 뻐꾸기 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자연스레 선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안개에 덮인 우리 동네 Rockaway에 있는
몽생미셸을 볼 때면
거기 선애가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한다.
Fantasy and Reality
From our condo, near where the horizon meets the land,
At first glance, one can see castle-like buildings.
Especially on foggy days,
Those buildings faintly resemble Mont Saint-Michel in the Normandy region of France, where my wife and I once visited.
The place where those buildings are situated
Is slightly curved on the mainland,
So on foggy days, it feels like they're floating on the sea.
Hence, when talking with my wife,
Those buildings are referred to as Mont Saint-Michel.
However, while running a half marathon to the end of the Boardwalk and back,
I had the chance to see those buildings up close.
Spread over a dozen blocks,
From a distance, they gather to form a castle-like silhouette.
Just from afar,
I've had the desire to visit that place at least once.
Living, one can truly witness people living in fantasy
Believing those buildings to be Mont Saint-Michel.
But I don't wish to criticize or label them as unscientific or delusional.
When I was in the fourth grade,
I had to transfer schools four times.
I don't remember a single friend from that time.
But there's one face that still vaguely lingers in my mind
A girl named Yoon Sun-ae, who was in the same class when I attended Sanyang Elementary School.
I remember her name precisely.
With her bobbed hair bouncing,
She had a cool and somewhat haughty demeanor on her slender face.
Moreover, she didn't speak much.
During music class back then,
I learned a song that started with "The happy days of the past, always miss me."
After a long time had passed,
I would sing the song with a sad heart, imagining missing Sun-ae.
Given Sun-ae's reserved nature,
It was natural that I never exchanged a single word with her.
Not long after attending that school,
My family hastily moved to the other side of Seoul, crossing the Han River.
Without saying a word, we quickly left that school
And had to transfer to a new one.
That was the end of my connection with Sun-ae.
Over 50 years have passed, and I haven't heard any news about her.
But I still remember her like a pastel drawing.
Though she must be my age now,
I can't imagine her as anything other than the young girl with bobbed hair.
So, Sun-ae remains forever young in my heart.
People may ridicule or criticize me as unscientific, irrational, or unrealistic.
But I would stubbornly reject Sun-ae aging.
She must remain a girl preserved as a fantasy within me.
As long as one doesn't harm others,
Isn't it okay to hold onto at least one fantasy and live with it?
When spring flowers bloom,
And when I hear the distant cries of magpies on the mountain,
I naturally think of Sun-ae.
And when I see Mont Saint-Michel in our neighborhood of Rockaway shrouded in fog,
I imagine Sun-ae living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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