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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개기일식(Solar Eclipse)

개기일식(Solar Eclipse)

4월 8일에 개기일식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이

지난주부터 살살 봄바람처럼 귓가를 간질이더니

드디어 오늘 그날을 맞았다.

 

사실 신비한 자연현상에 호기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딱히 뭘 해야 하는지를 모르니 그냥 맞닥뜨려 보자는 심정으로

오늘을 맞았다.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위치함에 따라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 개기일식인데

몇 년 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없다.

내가 일을 하고 있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고,

또 별나게 특별하지도 않아서였을 것이다.

 

캐나다와 미국의 경계를 따라서

완전한 개기일식 현상이 일어난다는 미디어의 설명을 듣고

400만 가까운 사람들이 이 지역을 찾아 이동을 했다고 하는데,

여덟 시간이나 운전을 해야 하는 노동의 가치에 과연 걸맞은가 하는 데는

의심이 생겨서 나는 아예 그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같이 시간이 철철 남아 넘치는 사람이

이런 희귀한 현상에 대해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미치자

사진이라도 한 번 찍어보자는 마음으로 그 운명의 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태양을 맨 카메라의 렌즈로 마주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카메라와 눈에 직접적인 손상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렌즈로 태양을 담기 위해서는

렌즈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야 했다.

ND(Neutral Density) 렌즈를 렌즈에 장착했다.

그러나 태양빛을 감소시키기에는 ND 렌즈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곰곰이 생각을 하다

아침에 마신 던킨 커피컵을 이용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커피컵으로 렌즈의 앞을 가릴 수 있었다.

커피컵 바닥에 젓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렌즈를 덮었다.

그리고 렌즈의 조리개를 f22까지 좁혔다.

셔터 스피드로 1/2500로 조정을 했다.

그리고 멀쩡한 태양을 조준해서 셔터를 눌렀다.

 

밝은 하늘은 온통 검은색으로 나타나고

동그란 원형의 태양만 어둠 속에서 밝게 빛이 나는 사진이 되었다.

 

뉴욕시에서는 개기 일식이

오후 2시 20분 정도에 시작되어 한 시간 정도 진행이 되었다.

거의 90%의 태양이 달에 가려졌을 때도

잠시 구름에 가려진 것처럼 잠시 어두워지고 바람이 불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개기일식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개기일식용 특수 안경을 끼지 않으며

개기일식을 알아차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되니 우리 콘도의 주민들 스무 명 정도 루프탑으로 몰려들었다.

모두 호기심에 들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개기일식은  20년이 지나야 볼 수 있다고 한다.

20년 후, 나는 80대 후반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도 개기일식을 보겠다고 열성을 낼 수 있을까?

 

무심한 시간의 엄숙함을 기억하며

다시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이 말한 경구  'Carpe Diem'을 

머릿속으로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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