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항에 도착한 것이 한국 시간으로 10월 2일,
오후 다섯 시가 넘어서였다.
이미 어둑어둑 어둠이 깔리고 있었는지
아니면 여즉 하늘이 밝았는지 기억이 없다.
아마도 마음이 조급했던 탓이리라.
아버지를 찾아갈 때면 늘 비행기에서 파는 양주를 사곤 했다.
양주는 한 마디로 '가오'가 서는 선물이 되었다.
비행기에서 사는 양주는
면세이기 때문에 가격이 시중에서 사는 것보다 싸서 부담이 되질 않았다.
게다가 술을 담은 박스에서부터 검은 색과 금빛이 어울려 풍기는 분위기가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도 결코 가볍지 않은 위엄같은 것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는 무얼 살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양주는 최고의 선물이 된곤 했다.
"뭘 이런 걸 다 사오냐"고 하셨지만
속으로는 무척 좋아하신다는 걸
그 누가 보아도 아버지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 양주 한 병으로 마치 효도를 다 한 것 같이
아버지의 표정을 읽으며 스스로 썩 만족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 유치한 효도마저도 할 수 없게된 것이다.
부모나, 아내, 아이들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나의 사랑, 나의 배려라는 게 늘 이 모양이다.
단세포의 아메바 같은---------
서둘러 인천공항을 빠져나오는데
평소 같으면 술병이 들려 있어야 할 왼 손이 너무나 허전했다.
아마도 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나의 왼 손은 늘 허전할런지 모르겠다.
술병이 들려 있어야 할 그 왼 손이.
유치해도 아버지께 드릴
술 한 병 꼭 사고 싶었는데-------
아, 술 한병 !
살아오면서 술 한 병이 이렇게 절실한 적이 있었던가?
아, 그 술 한병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버지가 계신 병원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로 가는데
가슴 한 켠이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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