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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이탈리아 여행 - 필요악

이탈리아 여행 - 필요악

 

               -Pienza 마지막 날 마을 문을 나서며-

 

9월 초에 8 일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뉴욕의 고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밀라노와 피렌체 등지를 

차를 빌려서 여행을 했다.

그리고 다시 10월엔 한 달 살기 프로젝트로

다시  Pienza라는 곳에 집을 얻어서

그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토스카니 지방을 중심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9 월에 여행할 때에도

그리고 10 월 여행에서도 차를 빌려서 여행을 했는데

외국 여행에서 차는 '필요악(nessary evil)'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서는 차가 필요하나

이탈리아는 지방과 도시의 길이 좁고

주차 공간이 적고 작으며 제한이 많다

게다가 빌린 차와는 첫 만남이라 서로 어색한 상황이라서

처음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는 거의 공황의 상태가 된다.

주차장을 출발해서 공항 밖으로 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전혀 늦출 수가 없다.

 

그럼에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런 제반 사항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이아 준비도 없이

여행을 떠난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공항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부터 시작해서

고속도로의 톨을 통과할 때 

차 앞을 가로막는 바는 거의 공포의 대상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데

몇 가지 색깔별로 구별되는 톨 게이트를 선택할 때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은

미 동부에서 쓰는 EZ-PASS 같은 태그를 부착한 차량들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통과한다.

파란색으로 'CARTE'라고 표기된 곳은 카드로 결제하는 곳이다.

 하얀색은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를 하고 통과할 수 있다.

 

9 월에는 아마도 노란색으로 표시된 톨을 지나갔던 모양이다.

고속도로를 나올 때 벌금을 물어야 했다.

고속도로의 어는 톨에서 들어왔는지도 몰랐기에

직원이 달라는 대로 돈을 냈던 기억이 있다.

 

톨을 통과하는 것 못지않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주차할 때였다.

주차 공간을 찾는 것도 문제였지만

주차요금을 기게를 통해 내어야 할 때는 정말 문제가 되었다.

몇 번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다.

동전으로 내면 쉽게 되는 경우도 있을 법했지만

우리는 환전을 하지 않고 다니는 걸 원칙으로 해서

카드로 결제를 해야 했다.

결국 카드로 주차요금을 결제하는 건 Mission Impossible에 가까워서

주차공간을 발견하면 일단 주변에 주차를 한 사람 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기계 앞으로 데리고 가서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수십 번 부탁을 했을 터인데, 결과는 100%였다.

그런 부탁을 거절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아에서 도로 위의 운전자들은

그리 친절하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내 차 꽁무니에 붙어서 헤드라이트를 깜빡이거나

깜빡이도 켜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 고양이가 슬그머니 다가와 내 다리를 비비듯,

 내 차 앞으로 거의 공간을 두지 않은 채

끼어드는 운전자를 목격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탈리안들은 도로 위에서 운전할 때와

걸어 다닐 때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는 것 같다.

 

외국에서의 차량 운전은 결국 필요악이다.

자유롭게 여행하기 위해서

내 정신은 자유를 구속당하게 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새벽, 공항에서

차를 반납하고 난 뒤에 느꼈던 해방감이란-----

 

도로 위에서 차를 운전하면서 느꼈던 긴장감은

주차장에서 받은 사람들의 친절함 때문에 풀어졌다.

사람들 때문에 받았던 긴장감이나 불쾌함은

너그럽고 친절한 사람들의 마음 때문에 다 사라졌다.

지금은 외국인에게 나누어주었던

이탈리아인들의 따뜻함만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세상을 살아갈 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 그 어려움을 이기게 하는 힘은 사람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