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ma 일기 - 차는 가지고 가지 마세요
"차는 가지고 갈 수 없어요."
호텔의 매니저인지 아니면 주인인지 모르겠지만
품위가 느껴지는 할머니는 우리에게 한 말이다.
우리가 오페라 관람을 하러 간다니까
길을 알려주며 강조를 했다.
호텔과 오페라 하우스 사이에는 아름다운 공원이 있었다.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데 20 여분이 걸렸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보니
정말 차를 타고 돌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택시 한두 대가 공연장 부근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360도 방향으로 흩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는 사람도 꽤 눈에 띄었다.
나중에 걸어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건물 외곽에 있는 공터에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다가
단체 관광객을 태우고 가는 것을 보았다.
마치 우리나라 시골의 마을 회관에서
공연을 보고 나서 집으로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공연 끝나고 나이 지긋한 노인이
거의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바쁘게 흐르는 시간에 몸과 마음을 싣고 살다가
이렇게 발걸음의 속도와
자전거 같이 아날로그의 속도로 흘러가는
그곳의 시간 속에서
잠시 나의 시간이 박제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걸어서
공원을 가로질러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어둠이 깔려 있었지만
가로등 불빛을 받아 희망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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