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첫날 - Pienza에 도착
Pienza와의 첫 대면은 tv를 통해서였다.
이탈리아를 몇 차례 다녀오기는 했지만
'텐트 밖은 유럽'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Pienza라는 지명은 내 귀에 아주 생소하기만 한 곳이었다.
출연자들이 발도르차(Val D'Orcia)를 걸어서 Pienza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나와 아내는 그 지역의 특이하게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되었다.
특별히 마을에서 내려 보이는 발도르차의 경치는
마음속에 동화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아내는 즉시 Pienza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철도가 잘 발달되어 있는 이탈리아에서
Pienza에는 기차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다.
주변의 큰 도시까지 기타를 타고 가서 다시 버스롤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곳이 Pienza였다.
한 마디로 외진 곳에 Pienza는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용하고 천천히 사는 연습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곳이 Pienza였다.
처음에는 차를 빌리지 않고 버스를 타고 그곳까지 가서
역시 주변의 지역들도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차 없이 여행을 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아서 차를 빌려서
로마에서 Pienza까지 가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지금이야 Pienza를 내 손바닥 안에 두고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처음 도착했던 날이 일요일이어서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서 애를 먹었다.
특별히 Penza는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어서
주민이나 특별한 허락이 있는 사람만이 차를 마을 안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마을 입구에 "ZTL'이라는 표시가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위반했을 때 크게는 4 백 유로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겨우 주차를 하고 우리의 '한 달 살기' 보금자리로 향했다.
형성된 지 600 년 가까이 된 마을의 한 자락에
깃들여 살아간다는 느낌은 참으로 묘해서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짐을 집에 두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발도르차에 하루의 마지막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기 샜다.
결혼한(할?)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막 시작할 결혼 생활의 사진을
막 어둠이 깔리기 전,
해가 지는 시간에
함께 시작하는 삶의 첫 모습을 기록하는 아이러니.
그럭저럭 밤이 왔다.
사람들은 마을을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모두 식당과 술집에서 칵테일이나 와인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다.
위도 제법 근사한 식당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골목에 있는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 한 개씩 사서 먹고
하루를 마감했다.
햄버거 가게는 내 눈에 70은 훌쩍 넘은 노인이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영어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영어로 신용카드를 받느냐고 물었더니
이탈리아어로 쓰여진 안내문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현금만 받는다고 했다.
Pienza에서 카드결제를 하지 않는 곳이 두 곳이 있다.
이 햄버거 가게와 마을 초입에 있는 만물상이 카드를 받지 않는다.
두 가게 모두 70이 넘은 노인 남자가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흐름을 따르지 않는 까닭이 무엇일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바꾸려 하는 것이 귀찮고 힘이 부쳐서일까?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굳어가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숙소는 빛이 하나도 스며들지 않았다.
긴 여로의 피로 때문인지 죽음 같은 잠을 잤다.
로마에 내려 하룻밤을 묵었다. 발코니의 탁자에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이탈리아의 흡연문화를 짐작했다.
Pienza 가던 길, 몬테풀치아노의 들판
사진 오른쪽에 석류나무
우리집과 맞닿은 광장. 길 넷이 만난다. 수도물도 나온다. 동네 꼬마들이 축구하다가 물을 마시는 곳.
관광객들의 발길은 거의 닿지 않는다.
우리가 살던 집. 왼 쪽 창이 침실, 오른 쪽이 거실.관상으로 심은 포도나무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프란체스코 성당의 십자가 상. 몸이 옆으로 늘어진 모습에 아직도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프란치스코 성당의 프레스코 화
치즈와 와인 가게 가게 앞의 양. Pienza 지방의 특산물인 양젖으로 만든 치즈 페코리노를 파는 가게.
두오모
두오모 건너편 카페
두오모 옆 길 내려가면 발도르차가 보인다
피콜로미니 궁 뒤 쪽의 식당. 석양을 바라보기 아주 좋은 곳
결혼 사진을 찍는 커플
골목의 햄버거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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