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며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단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밀라노를 빼고
아내가 꼽은 첫 번 째 여행지가 니스(Nice)였다.
어차피 나야 여행을 갈 때면 유령인간이 된다.
나의 생각과 의지는 내 안에 꽁꽁 묶어둔 채
거의 인공지능(AI)을 갖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못 할 아내의 결정과 판단에 의존한다.
나의 의지나 생각이 반영될 때는
오직 식당에서
메뉴를 결정하는 순간 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디를, 무엇을 타고 가는 것도 오로지 아내가 감당하고 결정해야 할 몫이기에
나는 마치 처음 국민학교에 갈 때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간 것처럼
그렇게 아내를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되었다.
아내가 니스에 가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설명을 해 주었지만
나는 그냥 귓등으로 흘리고 말았다.
내가 가지 말자고 해서 뜻을 관철시킬 힘도 없는 처지에서
떼를 쓰면 나의 상처만 더 아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삶의 어느 순간부터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었는데
그 대가로 자유로움을 얻게 되었다.
책 한 권이 이러한 나의 삶에 영향을 주었는데
바로 이제민 신부가 쓴 '수동의 영성'이다.
말하자면 나를 포기함으로써 얻어지는 자유를
은밀히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인데
자기를 버려야 얻어지는 이런 지경을 경험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일상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여행에서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식의 셈법이 작동을 하는데
어디를 가도 좋고,
어디를 가지 못 해도
나는 별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내 삶에 주어지는 커다란 보너스이기 때문이다.
그저 '좋다, 아름답다, 신기하다' 등등의 추임새를 남발하면서
부지런히 그 분(?)이 이끄시는대로 다니면
입을 다물 수 없는 경치가 나오고
밥이 나오는데
때론 기대하지 않던 감동까지 거기에 곁들여 나온다.
그러기에 나는 입을 닫고
묵묵히 그 분이 인도하시는 길을 따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내가 처음에 여행 목록 중 니스를 언급했을 때
나는 두 가지가 머리에 떠 올랐다.
먼저, 글 처음에 인용한 '모모는 철부지'라는 노래와 더불어
몇 년 전 니스의 해변에서 발생했던 트럭을 이용한 테러였다.
그 중에서도 '모모는 철부지'라는 노랫말 중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이라는 구절이 번개불처럼
내 머릿속을 스쳤다.
-노랫말이 사실이라면
니스에 가면 하늘을 나는 그 많은 새떼들의 자유로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며
니스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는 남쪽으로 달렸다.
어느 지점부터 창 옆으로 바다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눈이 시원해서 마음까지도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밀라노 역을 출발해서 다섯 시간 정도 달린 후,
기차는 모나코 왕국의 콘테 카를로 역 바로 한 정거장 앞에서
제법 긴 시간을 서 있었다.
안내 방송을 들어 보니
이날리아 승무원이 프랑스 국적의 승무원으로 교체가 되고,
기관차도 바뀌며 프랑스 경찰과 군인, 그리고 민간인으로 이루어진 국경 단속반원들이
기차 안을 훑고 지나갔다.
여권을 보자는 말도 없이
그저 자기들끼리 잡담을 하며 지나가는데
그저 형식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 승무원들이 운전을 하는 기차는
모나코의 몬테 카를로 역을 거쳐
우리를 니스 역에 데려다 주었다.
역사를 빠져 나와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일이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건 흰 구를 뿐,
하늘을 나는 니스의 새들은 보이지 않았다.
모모는 철부지라는 노랫말을 쓴 사람이
과연 니스를 다녀 갔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도시였다.
10 여 분 걸어가면 나타나는 바닷가로 가면
사정이 다를지도 몰랐다.
호텔에 짐을 내려 놓고 바닷가로 갔다.
바닷가에도 새들은 (거의) 없었다.
하늘에 떠 있는 갈매기 한 두 마리를 겨우 찾았는데
그 뿐이었다.
바닷가에도 갈매기 한 마리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래가 있어야 할 자리를
우리 손주 주먹만한 자갈들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갈 밭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으니
새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꾸던 꿈은 바로 그 자리에서 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바다와 자갈이 만나는 곳까지 걸어갔는데
물이 왔다가 물러 가면서
자갈을 쓸며 나가는데
돌돌돌 하는 자갈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하도 명랑하고 귀여워서
한동안 귀를 세우고 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은
내 속에서 싸그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니스라는 지명을 들을 때면
내 귓 속에서 돌돌돌 하는 자갈 구르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다
자갈 구르는 소리만 듣고 온 나야말로
오늘도 그 소리를 그리워 한다.
이러고 있는 나야말로 모모같은 철부지가 아닐까?
철로가 스 물이 넘는 밀라노 중앙역에는
이런 고물 기차도 있다.
누군가 기차 창문에 페인트 칠도 해 놓고----
심심해서 기차 창문에 비친 나를 찍기도 하며
기차 시간을 기다렸다.
니스에서 묵었던 호텔 식당의 포스터
그림에서처럼 딱 한 마리 니스의 갈매기를 보았다.
니스의 해변
내가 발견한 니스의 갈매기 딱 한 마리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리는 자갈 구르는 소리
'여행 이야기 > 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rma 일기 - 차는 가지고 가지 마세요 (0) | 2023.10.14 |
---|---|
프랑스 니스(Nice)의 해변풍경 (0) | 2019.08.06 |
밀라노의 Navigli 지역의 운하 1 (0) | 2019.06.29 |
밀라노 Navigli 지역의 운하 2(사진) (0) | 2019.06.29 |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 (0) | 2019.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