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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Pienza 일기

Pienza 일기 - 잃은 것, 얻은 것

Pienza 일기 - 잃은 것, 얻은 것

 

 

지난 수요일 밤에 집에 돌아왔다.

 

한  달이 넘는 동안 집을 비웠는데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궁금했다.

적어도 무엇인가는 전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체중을 달아보니 136.5 파운드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대략 145 파운드를 사이에 두고

체중계의 눈금이 좌우로 흔들렸으니

대략 9-10 파운드의 몸무게가 준 것이다.

 

최근 20 년 동안 이렇게 몸무게가 적게 나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체중이 준 것을 수지계산을 해보면

분명 이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100 퍼센트 이득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어제는 거의 한 달 반 만에 gym에 내려가서

맛보기 식으로 이것저것 내가 하던 운동을 해보았다.

무게나 횟수가 25% 정도 감소한 것 같았다.

몸에 있던 쓸데없는 지방도 사라졌지만

여행 기간 동안 근육 운동을 소홀히 했던 까닭에

근육도 눈에 띄게 소멸했다.

 

언뜻 눈으로만 보아도

어깨와 팔, 그리고 가슴의 근육이 줄었다.

여행기간 동안 이탈리아 토스카니 지방을

참 많이 걷고 또 경사진 길을 무던히도 많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래서 다리의 근육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상체의 근육은 감소를 한 것 같다.

 

여행을  다녀와서 이런 수치비교를 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몸무게도 줄고 근육도 줄었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지 않은 여행경비를 썼지만

여행을 하지 않았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이국의 풍경이나 문화를 체험하고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을 만난 것을 고려해 보면

잃은 것과 얻은 것을 비교하는 일이 참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자연과 다정했던 사람들의 기억은

살아가면서 다소 무료하거나 어려울 때

사이다처럼 갈증을 해결해 주는 청량제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눈을 감을 때

아름다운 풍경,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의 필름을 하나하나 넘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기억을 많이 만드는 일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수지타산이 맞는 일이 아니가 싶다.

 

여행은 그런 아름다운 기억들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저축하는 일이다.

이번 여행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런 어려움조차도 예쁜 색칠을 해서 마음 갈피에 고이 간직하고 싶다.

 

https://hakseonkim1561.tistory.com/3058#none

 

이탈리아의 루카, 푸치니 뮤지엄 앞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