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Pienza 일기

이탈리아 여행 - 10 월의 마지막 전 날 밤

이탈리아 여행 - 10 월의 마지막 전 날 밤

 

"Caruso is not just a singer, he is not just a voice, he is a real miracle. There will be no-one like Caruso in the next two or three centuries - and maybe never."

That’s what the music critic Thomas Burke said in a review about “La Bohème”, sung by Caruso at Covent Garden in London in 1905, when he played the role of Rodolfo.

 

10 월 30 일은 아내와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아내와 나는 1982 년 10 월 30 일 오전 11 시에 천주교회 반포성당에서 결혼을 했다.

그런데 올해는 내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이탈리아에서 맞았다.

집에 있을 때에도 이런 기념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내가 호들갑을 떨며

아내에게 꽃과 같은 선물을 하거나

아니면  어떤 이벤트를 하는 경우는 없다.

더구나 10 년 전에 손녀 Sadie가 태어난 뒤로는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조금씩 더 윤기를 잃어갔다.

그런데 올해 결혼기념일에는 내 기준으로는 특별한 외식을 했다.

Sorrento에서 Capri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항구 쪽으로 가는 골목길을 걸어가는 중에 특별히 내 눈에 들어온 장소가 있었다.

 

'Ristorante Museo Caruso'

 

대충 내 머릿속 번역기를 돌려보니 카루소 뮤지엄을 겸한 레스토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 새겨 두었다.

 

Capri 섬에 다녀와서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 'Ristorante Museo Caruso'에서 결혼기념일 식사를 하면 어떨까?"

 

평소에 내가 하지 않던(?) 제안에

아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부터 솟아나는 기쁨이 얼굴 전체에 번지는 걸 감출 수는 없었다.

 

예약을 마치고 7 시에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고 비가 올 기세였다.

 

웨이터가 우리를 맞았다.

그는 정중하게 자리로 안내했다.

 

레스토랑은 방이 셋으로 나뉘어 있는데

벽마다 카루소에 관한 공연 포스터와 신문기사, 사진들로 빼곡하게 덮여 있었다.

내 흥미를 끈 것은 뉴욕 경찰이 발부한 Pass였다.

 

옆 자리에는 이미 식사를 시작한 우리 또래의 남자와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분의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뉴욕의 클래식 음악 방송인 WQXR의 방송 진행자의 목소리 무늬와 너무 닮은 것 같았다.

그윽하고 친절하며 포근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호기심을 참지 못한 아내가 결국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WQXR에서 음악방송을 진행하는 분 아니세요?"

 

다소 무례할 수도 있었을 아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워싱톤 시에서 Music Business에 관련된 일을 하는 변호사라고 하며

WQXR이며 모기업인 방송사에 대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무한 결론에 이르러서 다소 머쓱했지만

여자분은 "You made my day."라고 하며 우리의 기분을 풀어주며

자신도 진심 우리의 관심을 기뻐했다.

 

내가 웨이터에게 식당에 들어오면서 '결혼기념일'이라는 걸 굳이 밝혔는데

그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특별한 날에 특별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 기쁨을 표시한 것이었다.

웨이터는 그 말을 기억하고 우리에게 샴페인 한 잔씩을 따라주며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해 주었다.

우리는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소리로 축하했다.

(나는 술, 특별히 샴페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토마토로 만든 애피타이저로 시작한 식사는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코스 요리는 우리가 주문한  같은 채식주의자 메뉴와

고기로 이루어진 메뉴, 그리고 생선으로 구성된 메뉴가 있었다.

식사의 마지막은 치즈케이크에 이어 테이블에 올라온 Limoncello였다.

리몬첼로는 나폴리만 주변에서 생산되는 특별한 술이다.

여행하다 보면 나폴리 지방에는 레몬을 비롯한 citrus 나무가 풍성하다.

레몬을 사용해서 캔디를 비롯해 술까지도 만들어 파는

특산물 가게도 자주 눈에 띈다.

식당에서는 식사 후에 소화제로 서브된다고 한다.

 

리몬첼로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웠다.

새콤한 레몬 향에 제법 독한 알코올기 묻어 입 속에 퍼졌다.

 

우리의 결혼생활도 레몬처럼 새콤하고 산뜻할 수 있을까?

식사하는 도중 그치지 않고 흘러나오던 아름다운 카루소의 노래가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샴페인

토마토 애피타이저

애피타이저를 먹고 나 뒤의 접시. 흡사 팔레트 같다.

호박 튀김

파스타 조금 짜다고 느껴졌다.한국이나 이탈리아나 더운 지방 음식은 짠 모양이다.

가지로 만든 요리

치즈케이크

리몬첼로

'여행 이야기 > Pienza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Pienza 일기 - 저녁산책  (0) 2023.11.18
Pienza 일기 - 둘쨋날  (0) 2023.11.18
Pienza 일기 - 잃은 것, 얻은 것  (2) 2023.11.04
Pienza 일기 - 이사벨라  (5) 2023.11.04
Pienza 일기 - 돌아오라 소렌토로  (2)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