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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Pienza 일기

Pienza 일기 - 돌아오라 소렌토로

Pienza 일기 - 돌아오라 소렌토로

 

아름다운 저 바다와 그리운 그 빛난 햇빛
내 맘속에 잠시라도 떠날 때가 없도다
향기로운 꽃 만발한 아름다운 동산에서
내게 준 그 귀한 언약 어이하여 잊을까
멀리 떠나간 그대를 나는 홀로 사모하여
잊지 못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노라
돌아오라 이 곳을 잊지 말고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멀리 떠나간 그대를 나는 홀로 사모하여
잊지 못할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노라
돌아오라 이 곳을 잊지 말고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이탈리아 Pienza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우리는 어제 이탈리아 남부의 쏘렌토에 왔다.

이틀 밤을 쏘렌토에서 자고

로마에 가서 1박을 더한 다음 뉴욕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런데 Sorrento에 오게 된 이유는 순전히 감성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 고등학교 음악시절에 배운 '돌아오라 소렌토로' 때문이다.

우리가 그 노래를 배웠던 50 년 전쯤에는

이탈리아도 지도 속에서나 존재했던 나라이니

이탈리아 안에서도 작은 도시 소렌토는

그야말로 동화 속의 지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실 그 노래를 배울 당시는 물론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는 소렌토가 지명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노래 제목 '돌아오라 소렌토로'에서 

나는 소렌토로를 사람 이름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도

그 노래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에 가사마저

희미하게 기억 속에서 잊혔다.

 

노래 가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멀리 떠나간 연인 쏘렌토로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절절하지 않은가.

-언제나 소렌토로는 돌아와 연인의 품에 안길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마지막으로

그 노래는 50 년 전에 내 기억의 갈피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내가 소렌토가 지명이라는 걸 알게 된 게 몇 해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해외여행도 활발히 다니는 시대가 도래하니

자연히 소렌토가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멀지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소렌토로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던 나도 할 말은 있다.

지리적 지식이 짧고 얕은 사람에게

노래 제목에서

지명과 사람 이름 사이에 명확한 금을 그을 수 없을 것이다.

 

소렌토롤 여행을 간다고 아내가 말을 했을 때

나는 무지함을 실토했다.

아내는 나를 놀렸다.

 

"정말?"

"아유, 무식해라!"

 

아내의 말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지만

조금은 조롱의 뜻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의 무지는 나름 해석상의 정당성도 있고,

시대적 사회적으로 암울했던 까닭도 있으며

더군다나 나의 무지로 해서 피해를 본 사람이 전혀 없으니

뭔 대수겠는가.

 

아내에게 이런 말을 들어도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는 것은

살아오면서 내공이 쌓였기 때문이다.

 

오늘은 결혼 41 주년이다.

아침에 Capri 섬으로 가기 위해 부둣가로 가는 도중에

전설의 성악가 카루소 이름을 딴

Caruso Museo Ristorante를 발견했다.

오늘 저녁에 자축하는 식사를 그곳에서 하기로 예약을 했다.

 

카루소에 대한 약간의 자료를 전시해 놓은 식당인데

몇 년도인가 미슐랭 별도 받은 곳이라고 한다.

카루소의 노래 중에서 신청곡을 틀어준다면

아내는 카루소의 '오 솔레미오'를 신청해 달라고

내게 미리 언질을 주었다.

'오 나의 태양'이라는 의미의 곡을 신청하는 이유로

자기는 '안 해'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들었다.

무한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내 이름도 학선인데 발음을 하면 '학썬'으로 들린다.

썬은 영어로 발음하면 해를 뜻하는 SUN이 된다.

 

그러니 억지로 꿰어맞추자면

두 개의 태양이 만나 마흔 한 해를 함께 살아왔으니

카루소가 불러서 크게 유명해진 노래,

'오 솔레미오'를 함께 들으며 이 날을 기념하자는 의미였다.

 

집 안의 해,

그리고 집 밖의 해,

 

이 두 개의 해가 함께 살아오면서

집 안팎을 얼마나 밝히며 살아왔을까.

 

함께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하면서

적어도 우리 발밑이라도 밝히며 살아가는 삶을 살자는 마음으로

카루소가 부르는 '오 솔레미오'

소렌토에서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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