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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Pienza 일기

Pienza 일기 - 올리브 나무

Pienza 일기 - 올리브 나무

 

구멍 나고, 쪼개지고, 잘리고-----

스페인도 마찬가지이지만 이탈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북부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국토의 대부분이 올리브 나무로 덮여 있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올리브를 좋아하는데

그 향긋한 풍미가 먹은 뒤에도

입 안에 남는 것이 좋아서이다.

 

그런데 차나 기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몰랐는데

올리브 나무 곁으로 자주 지나다니게 되면서

나이가 꽤 먹은 나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밑동은 아름드리인데

어떤 나무는 두 개나 그 이상의 가지로 갈라졌고,

어떤 나무는 밑동에 구멍이 나고

세로로 쪼개져 반 쪽이 없는 나무도 흔히 볼 수가 있다.

그렇지만 나뭇잎은 어린 올리브 나무의 그것처럼

푸르고 윤기가 난다.

그리고 젊은 나무 못지않게 늙은 나무에도

올리브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올리브 나무는 장수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사람도 장수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100세가 넘은 사람이 자식을 얻었다는 말은 

내가 과문한 탓인지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올리브 나무는 

잘리고, 부러져도, 그리고 쪼개져도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

 

오늘은 10월 23 일.

만 66 살이 되는,

내 생일이다.

내 육신이 비록 젊다고는 할 수 없으나

만약 내가 노력을 해서 할 수만 있다면

올리브 나무처럼 지상에서 맞는 마지막 날까지

작은 열매를 맺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운이 남는 맛을 가진

올리브 열매 같은 열매를 맺는 그런--------

 

시실리의 다미아노 성당 부근의 올리브 나무입니다. 내 동생 같은 다미아노가 너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다미아노 성당에서 잠시 그를 기억했습니다. 언덕을 올라서 프란치스코 성당으로 가는 길에 올리브 나무를 만났습니다. 쪼개지고 갈라져도 푸른 잎을 틔우고 꿋꿋이 서 있는 올리브 나무에 다미아노를 겹쳐서 바라보았습니다. 삶은 아프지만 빛이 나기도 합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