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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나의 사랑법

나의 사랑법

 

작년부터 나는 메디케어의 가입자가 되었다.

 

주급 체크를 발행할 때 이 메디케어 비용은 원천징수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미국에 와서 거의 40 년 동안 메디케어 비용을 냈으니

이제는 그런 혜택을 받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 달에 180 달러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하니

가입자라는 표현이 맞는 건지 수혜자라는 표현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미국에 살면서 가장 두려운 사람 중 하나가 의사이고,

가장 무서운 곳이 병원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의료 비용이 비싸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두려울 정도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어쩔 수 없이 건강보험을 들어야 했다.

아이가 다섯이니 언제 어떤 사고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은 필수였다.

그런데 한 달에 1300 달러가 넘는 보험료를 내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빠듯한 예산으로 한 달 한 달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막내아들이 대학에 가는 대신

해병대를 지원하는 바람에

우리 부부만 건강하고 무탈하면

더 이상 건강보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참 무식하고 용감한 결정이었다.

건강보험을 해지하고 나니

정신적 스트레스에 해방되어 몸이 더 건강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만 13 년을 무사히(?) 보냈다.

그리고 나는 작년에, 아내는 올해 메디케어를 당당히 획득(?)하게 되었다.

메디케어 획득 기념으로 2 주 전에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다.

그런데 혈압이 예상 밖으로 엄청나게 높게 나왔다.

5 월에 헌혈을 할 때도 120/80이었는데

최근에 145/90으로 오른 것이다.

 

나는 혈압이 오른 것이

여름 동안 땀을 흘리는 유산소 운동을 게을리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래서 의사를 보고 온 다음 날 아침부터

유산소 운동 중심으로 운동 방식으로 전환을 했다.

땀으로 셔츠를 적실 정도로 운동을 했다.

 

땀은 처음에 셔츠의 목 부근을 적시다가

점점 밑으로, 그리고 옆으로 번져 나가다가

운동이 끝날 때쯤이면

아주 커다란 하트 모양이 된다.

 

이렇게 다소 고통스럽게 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 나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아빠가 어디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들 마음속에

옅은 그늘을 드리울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빠를 기억할 때

늘 싱싱하고 활기 있는 모습이면 좋겠다.

 

큰 사랑을 주지 못하는 아빠이지만

이렇게 드러나지 않고 소극적인 방법이나마

아이들을 위해 땀을 흘리는 것이

나를 위하고 아이들을 위한 나의 사랑법이라 믿고 싶다.

 

나를 위해서 땀을 흘리는 것보다

아이들을 기억하며 힘을 들이는 것이

어려운 고비를 넘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체중이 재어 보니

확실하게 4 파운드가 줄었고

혈압은 평균 115/80 정도로 안정적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해 하는 운동이 되고 말았다.

누구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운 미숙하기 짝이 없는 나의 사랑법이다.

 

Gym에서 찍은 Selfie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아빠 셔츠 앞에 땀이 무슨 모양인지 알아맞혀 봐"

아무도 대답하는 아이가 없었다.

 

"하트야, 아빠의 사랑."

속으로 말했지만 겉으로는 나도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몰라주면 어떠랴,

나는 흐뭇하고 행복한 걸.

https://hakseonkim1561.tistory.com/2971#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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