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phile(오디오 애호가)
올해 6월 초에 Sansui Receiver를 하나 구입했다.
Receiver는 앰프에 라디오 기능이 첨가된 것을 말한다.
Sansui는 1970 년대 Marantz와 더불어
오디오 애호가의 사랑을 받은 음향기기의 대명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내 집으로 입양을 온 Sansui 7000은 1971 년도에 생산되었는데
이 모델은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이 Sansui 7000을 내 손에 넘겨준 사람은
자기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는데
아버지는 독일에서 구입했다고 내게 알려 주었다.
박스며 매뉴얼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Receiver는
나무 캐비닛으로 위가 덮여 있어서
외관상으로도 제법 품격이라는 게 풍겨 나왔다.
상처도 거의 없는 이 Receiver를
내 스피커에 연결해서 음악을 들어보니
소리가 풍부하며 부드럽고도 따뜻했다.
대학교 2 학년 때 한 선배의 권유로
Marantz를 들은 이후로
나는 좋은 음향기기에 대한 막연한 짝사랑을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한 달 만에
Marantz 오디오를 세트로 구입을 했다.
사실 그때 구입한 Marantz 앰프는 지금 들어보면
정말 신통치 못하다.
sentimental value 때문에 지금까지 끼고 살았다.
말하자면 첫정인 것이다.
나는 Sansui 7000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
집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졌다.
하루에 몇 시간씩 붙어서 지내며 사랑을 나누었다.
그렇다고 내 귀가 여느 오디오 애호가의 그것처럼
예민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다.
막귀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그래도 음악과 소리 사랑은 순수하고 진실되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일이 늘 평탄하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오름이 있고 내림이 있어서 가슴을 태우게 한다.
사랑의 고통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큰아들 내외가 영국 여행을 가면서
고양이 자두를 우리에게 맡기고 간 것이다.
자두는 내 오디오가 있는 방에서 기거를 했고
그 결과 나는 음악과 한동안 원하지 않는 별거를 해야 했다.
자두는 늘 스피커 위나 뒤에 머물렀기 때문에
내 음악을 듣기 위해 손님으로 우리 집에 머물고 있는
자두의 사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 내외는 고양이를 데리고 떠났고
나는 다시 음악과의 사랑을 회복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CD로 음악을 들으면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내게 CD Player 가 두 대 있는데
어느 것이고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도저히 귀를 열고 들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CD Player Cleaner를 사용해 보았는데
가래 끓는 소리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비닐 레코드 판은 그런대로 들을만했는데
자두가 오기 전과의 소리에는 영 미치지 못했다.
먼저 쓰던 'Fisher'에 연결해 보니
정상적으로 소리가 났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명백히 드러났다.
소리뿐 아니라 내 마음에도 가래 같은 것이 끼었다.
나는 한동안 음악을 듣지 못하면 금단현상 같은 것이 일어난다.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책도 잘 읽히지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고양이 자두 때문인 것 같아
평생 처음으로 고양이에게 원망을 쏟아붓기도 했다.
금단 현상을 견디다 못해 오늘 아침 드디어 거사(?)를 실행했다.
앰프 뒤쪽에 CD와 Turn Table을 연결하는 곳에
'DEOXIT'을 뿌려주었다.
'DEOXIT'은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에 생긴
산화물을 없애주는 약품의 상표명 중 하나이다.
스피커와 연결하는 잭에도 뿌려주었다.
5 분 정도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Receiver를 CD와 Turntable에 연결했다.
처음엔 나도 설마 하고 믿지 않았다.
요행히 재수가 좋으면 맑은 소리가 나겠지만
그럴 리가 없을 거라고
실망하지 않도록 미리 마음속으로 밑밥도 깔아 놓았다.
그런데 CD와 Turntable을 연결하고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 놀라고 말았다.
소리 때문에 환각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Jaqueline Du Pre가 연주하는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들을 때는 거의 실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오디오 애호가라는 호칭은
실제 소리와 가장 가깝게 재생이 되는 소리를 재생해 내기 위해서
고급 오디오 기기에 투자를 하고 매치를 해가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내 귀는 그리 예민하거나 고급지지가 않다.
그리고 오디오 기기도 High End 축에 끼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리 정성을 오디오에 쏟는 마음은
이미 누구 못지않은 오디오 애호가가 아니겠는가?
오디오 애호가의 반열에 나를 올려놓고 나니
진심 행복하다.
드뷔시의 'La Mer(바다)'를 마지막으로
오늘 음악은 그만 듣기로 결심을 한다.
정말 소리에 중독이 된 것 같아서이다.
Sansui는 산과 물(山水)을 의미하는 일본어이다.
창업자가 표방하는 소리의 미학을 잘 나타내는 것 같다.
음악이 끝나면 바닷가로 산책이나 나가야겠다.
기계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자연의 파도 소리를 들으러-----
자연의 소리야말로 최고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An audiophile is a person who is enthusiastic about high-fidelity sound reproduction. An audiophile seeks to reproduce the sound of a live musical performance, typically in a room with good acoustics. It is widely agreed that reaching this goal is very difficult and that even the best-regarded recording and playback systems rarely, if ever, achieve it.” – Wikipedia
https://hakseonkim1561.tistory.com/2973#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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