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넌 아빠가 있어서 좋겠다
막내가 며칠 집에 다니러 왔다.
진즉에 집에 왔어야 할 막내아들의
방문은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에 처음이다.
South Carolina의 Parris Island에 있는
해병대 신병 훈련소(Boot Camp)에서 DI(Drill Instructor)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온 것이 아니라
바로 버지니아의 콴티코에 가서
해병대 장교 후보들의 훈육을 마친 뒤 집에 돌아온 것이다.
South Carolina나 New Orleans에 있을 때는
집에 올 때 비용기를 이용했는데
이 번에는 자기 차를 운전해서 왔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동네는
주차하기가 무척이나 까다롭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우리 아파트 건물 앞 도로에는
아침 7 시 반부터 1시간 동안은 주차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저녁 7 시까지는 주차 요금을 내야 하는데
그것도 두 시간 동안만 주차가 가능하다.
어젯밤에 들어온 아들이 건물 앞에 주차를 했나 보다.
오늘 아침 7 시 반 가까이 도니
부스스한 얼굴로 방에서 나놨다.
"어디 가니?"
"차 옮기러요."
순간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한 막내아들이 기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평소 같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막내아들에 대한 소소한 불신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5 분 후에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파킹할 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 전철역 옆 퍼블릭 파킹장에 주차해."
10 달러 주차료를 내면 하루 종일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몇 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아빠,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왔어요."
-그러면 그렇지.-
우리 막내아들은 내 기대치에 딱 맞았다.
"그냥 우리 아파트 건물 앞으로 와."
내가 파킹 자리를 찾아주면 되기 때문이다.
아니면 전화기에 있는 앱으로 주차료를 해결하면
모든 문제를 간단히 끝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내도 따라나섰다.
그렇게 엄마, 아빠까지 가세한 주차 자리 확보를 위한 작전이 개시되었다.
먼저 아침으로 먹을 베이글을 사러 갔다.
베이글을 사고 돌아오며
주차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빈자리가 많이 있긴 했지만
10 시 30 분에 다시 차를 옮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마침내 차 한 대 주차할 수 있는 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3인 합동 주차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사실 아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면
충분히 알아서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빠에게 전화하면 쉽게 상황을 종료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아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소한 도움을 위해서
아무 생각 없이 전화할 수 있는 아빠가 있는
우리 아들이 오늘 아침 많이 부러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8층에 사는 David를 만났다.
80 대 노인이지만 아직도 에너지도 넘치고 건강한 분이다.
자랑스럽게 내 아들이라고 소개를 했다.
누구에게 보여도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아들,
그 아들을
나는 오늘 아침 부러워하고 또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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