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둘이 지난 일요일부터 화요일 오후까지
두 밤을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이라는 상투적이 표현이 꼭 맞아떨어질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손주들과 있는 시간은
무엇보다도 소중했고,
또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안타까웠다.
일요일 오후와 월요일 오후,
그리고 화요일 아침의 몇 시간을 나는 그 아이들과 함께 했다.
그 아이들이 평소 집에서는 경험할 수 있는
몇 가지를 함께 했는데
해 뜨고 지는 것을 보는 일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밤 바다 위에 걸렸던 둥근달도 함께 보았다.
아이들은 환성을 질렀다.
그런 풍경이 아이들에게 근사한 심상(心像)으로 오래 맺혀 있기를-----
아이들은 내가 일하러 간 낮 시간 동안
할머니와 바닷가 산책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시간을 보냈는데
할아버지인 나와만 함께 한 시간은
첫 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온 것이 전부였다.
우리 아파트에서 50 미터 쯤 떨어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문을 나서는데 비가 막 사르륵 사르륵 내리기 시작했다.
소중한 아이들이 비 맞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얘들아, 뛰자!"
내 소리를 듣고 아이들도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를 맞으며 뛰는 것이
뭐가 그리 재미가 있는지
손주들은 큰 소리로 깔깔대며 웃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우리는 50 미터 거리를 달렸다.
나는 어둠 속에서 들리던
손주들의 웃음소리를 지금도 마음속에 녹음해서 저장해 듣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빗줄기에 튕겨져 나오는 것 같았는데
마치 현악기의 피치카토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마치
빗속에서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인상을 내게 주었다.
빗속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고 들을 수 있다면
삶이 어찌 풍요롭고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지도 않은 순간,
예측하지 못했던 곳에서 터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나에게 함께하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일에만 집중하며 살았던 것 같다.
정작 아이들은 아빠가 사 온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보다는
아빠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함께 가는 것을 더 원했던 것은 아닐까?
함께 했어야 했던 시간은 이미 흘러가 버렸다.
이제부터라도 만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보내야 할 것이다.
영어 단어 'Present'에는 지금, 함께, 선물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현재, 함께하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나는 어둔 밤 빗속에서 깔깔대며 웃던
손주들의 웃음소리를 기억하며
행복한 감정 속에서 부활절 아침을 맞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은 요한 슈트라우스 2 세의
'Pizzicato Polka'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부활절 새벽,
나는 오늘 만나는 모두에게 축복을 할 것이고
나 자신이 함께 함의 선물이 될 것이며,
함께 하는 이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다 해서 함께 하는 시간을 채우리라
다짐해 본다.
기도할 줄 모르는 나의 부활절 아침기도.
http://m.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9248052&ref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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