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윤여정의 오스카 상과 나의 밥상

윤여정의 오스카 상과 나의 밥상

 

20 년쯤 되었나, 지인에게 선물 받은

카세트 테입에서는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마도 김광석의 라이브 콘서트 1000 회차쯤에

녹음된 테이프라고 생각되었다.

처음으로 만난 김광석의 노래는

그야말로 나를 매료시켰다.

노래 중간중간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는데

그 이야기 또한 귀에 착착 감길 정도로 진솔하고 인상적이었다.

 

"천 승이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바둑돌을 하나하나 놓다 보니,

승수를 하나하나 쌓다보니 1,000승이 되었습니다." 조훈현 9단

 

김광석은 라이브 공연 천 회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바둑의 조훈현 9단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신도 처음부터 1000 회 공연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조훈현 9단이 바둑돌을 하나 하나 놓은 것처럼

자기도 한 회 한 회 정성되이 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느덧 1000 회에 이르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어제 한국의 배우 윤여정 선생이

오스카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는 즐거운 소식이 들려왔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

그녀가 꽃길만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처럼 연예가 소식에 그리 밝지 못한 사람도

그분이 그리 평탄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여자 혼자서 아들 둘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상 소감에서

아들 둘 때문에라도 열심히 일을 했다는 말을 들으며

윤여정이라는 배우 역시 처음부터

오스카 상을 받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엄한 시간을 살아오면서

한 작품 한 작품을 열심히 그리고 마음을 담아

연기를 함으로써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이다.

 

조훈현 9단이 바둑돌을 하나하나 놓은 것처럼,

가수 김광석이 노래 한 곡 한 곡을 마음을 다 해 부른 것처럼,

윤여정 선생 또한 대사 한 마디, 표정이나 손짓 하나에서도

정성을 대해 연기를 했을 것이다.

 

그 마음과 정성이 모여 

오스카 상을 받은 것이니

그 영광이 참으로 값지고 아름답다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윤여정이나 조훈현, 혹은 김광석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처음 세탁소 일을 시작하면서 30 년 넘게

계속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 년이 되고,

10 년 , 20 년 그리고 30 년이 넘었다.

 

바둑알을 바둑 판에 하나 둘 놓듯이

그렇게 삶의 바둑판을 채우다 보니 30 년이 훌쩍 넘은 것이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모두 자라

어른이 되어서 자신들의 삶의 바둑판을 성실히 채워가고 있다.

 

나의 그러한 삶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나에게 주어지는 밥상은

오스카 상보다 더 귀하고 값진 상이다.

아내 또한 밥을 짓는 일을 그 긴 시간 동안 하면서

그 일에 마음과 기도를 담았기에

내가 받는 밥상은 새로운 힘과 생명력을 주는

그야말로 최고의 상인 것이다.

 

윤여정 배우가 받은 상이 아니어도

나는 오늘 저녁도 아내가 수여하는 밥상을 받으며

무한 감사와 함께

감격에 또 감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