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일주일에 며칠은 전철로 출퇴근을 한다.
특별히 금요일엔 퇴근길의 번잡함에 부대끼기가 싫어서
일부러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할 때의
은밀하고도 오붓한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반납한 대가로 얻어지는
수동의 자유가 이젠 편한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런데 계획대로, 스케줄에 짜인 대로
레일 위를 달리는 전철이지만
자주 시간의 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며칠 전 출근 길에는
선로에 문제가 생겨서 전철이 15 분이나 늦게 출발했다.
나는 30 분의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서기에
세탁소 문을 여는 시간에 도착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머리를 박박 민 청년 하나는
씩씩거리며 늦어진 전철 운행에 대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저주를 퍼부었다.
전철을 갈아타기 위해 Broad Channel 역에 내려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른 승객을 붙들고
하소연인지 저주를 하며
자기의 심정에 동조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날도 직장에 늦으면
일을 그만두게 될 것 같은 분위기가
그 청년에게서 느껴졌다.
어제는 퇴근길에 40 분 가량을
지하역에서 전철을 기다려야 했다.
내가 기다리는 전철 라인 어디에선가
사람과 전철이 부딪치는 바람에 전철 운행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정밀하게 운행되기 해도
전철 역시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한 두 번 탈 때는 몰랐는데
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런저런 문제를 대면하는 기회가 늘어간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일이
전철 이용객들에게 자주 발생하는데
전철을 이용하기 전에는 잘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전철을 이용해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가끔씩 늦을 때가 있는데
전철에 문제가 생겨서 늦었다는 말을 들으면
반은 믿고 반은 의심을 했다.
내가 전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직원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속을 태우며 전철을 기다렸을 텐데
사장은 그 마음도 헤아리지 않고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니
직원은 이중 삼중으로 속이 탔을 것이다.
영어 표현으로 'be in someone's shoes'이 있는데
누군가 다른 사람의 신을 신어 보라는 말인데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뜻이다.
자기에게 맞지 않는 신을 신고 걸음을 걷는 일은 무척 불편할 것이다.
몇 걸음이라면 몰라도
몇 시간, 아니 하루 종일을 맞지 않는 신을 신고
걷는 일은 불편함을 넘어 고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철을 타고 다님으로 해서
내 마음의 지평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앞으로 직원들 누군가가 전철에 문제가 생겨서 늦었다고 말하면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노심초사했을 그 직원을 위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내 귀를 열고
그 속상했던 마음과 시간을 그 안에
털어버리라고 말해줘야겠다.
http://m.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9298143&ref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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