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단상 - 한 발자국 옆에서 보면
그제 아침과 어제 아침은 혼자 아침 산책길을 나섰다
적당한 서늘함이 기분 좋게
뺨을 어루만지는 아침이었다.
하루 지나서 유통기간이 지나긴 했어도
정작 구름에 가려 추석 저녁에는 볼 수 없었던 날지난 보름달이
내 산책길의 동무가 되 주었다.
내가 지나는 산책길엔
Brown Stone House가 이어지는데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 양쪽에는 가드레일이 있다.
그리고 많은 집들의 가드레일은 그 집들처럼 서로 닮아 있다.
그런데 가드레일이 시작되는 첫머리는 기둥같은 것이
전체의 중심을 잡고 버티고 있는데
정면에서 바라보면 중간에 국화빵 같은 문양이 있긴 하나
그냥 지나쳐서 계단를 오르며
무심하게 발을 옮길 수밖에 없는,
지극히 평범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형태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기 한 발자국 전에서 그것을 보게 되면,
다시 말해서 그것을 45도 정도 비스듬하게 보면
신기하게도 비밀스런 모습이 나타난다.
내가 보기엔 눈 코 입이 뚜렷한 여인이
길가는 사람이며
그 집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잔잔한 미소로 맞이하는 것 같다.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물, 그리고 일어나는 일들을
정면에서만 바라보는 일은
얼마나 단조롭고 지루한 일인가.
늘 앞에서만 바라보던 그들을
한 발자국 옆에서 바라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쩌면 기특하게도 위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오늘 산책길엔
그 집 앞을 지나며 가드레일을 보고
나도 빙긋 미소를 지을 것이다.
계단을 정면에서 바라보니
평범하다.
옆에서 보니 어여쁜 여인이 나에게 새침한 미소를 건네는 것 같다.
하루 지나 보는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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