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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하버지라는 이름

하버지라는 이름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_어린 왕자 中 사막여우의 대사

 

심장의 떨림이 사라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사춘기 학생 시절,

여학생 교복의 하얀 칼라를 볼 때

그리고 조금 나이가 여물고 나서

사랑하는 여인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을 때

느껴지던 심장의 쫄깃함이

결혼하고 바쁘게 생활을 하면서

풀이 죽어버렸다.

 

그런데 그런 설렘이 몇 해 전부터 

스멀스멀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정확히 큰 손녀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심장의 울렁거림은

셋 째 손주가 태어나고

거의 한 살이 다 되어가는 요즈음 거의 절정에 이르고 있다.

 

손주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심장이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파닥이고

온몸에 싱싱하고 붉은 피가 도는 것 같다.

 

손주들이 '하버지라고 부르면

가끔씩 뜬금없이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좋은 인연을 만나면 흔히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하는데

이렇듯 내게 행복과 설렘을 주는 손주들의 할아버지가 된 것은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몇 번은 구했음이 틀림없다고 나는 믿고 싶은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도 손주들을 보러 갔다.

같이 있는 순간들이 너무 값지고 소중해서

늘 그러하듯이 손주들 사진을 찍었다.

그랬더니 이제 막 다섯 살이 되어 명오가 트이기 시작한

손주가 물었다.

 

"Habuji, why do you take a picture of me?"

 

내가 자기들을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는 이유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하버지는 너희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너희랑 같이 있는 순간이 너무 소중해.

그런데 너희랄 헤어져 있어도 시진이 있으면

너희를 앞에서 보는 것처럼 오랫동안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잖아."

 

손자는 마치 내 말을 잘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이쁘던지---

그런 손주들을 보듬고 눈을 맞출 수 있다는 건

분명 이 지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자 축복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손주들에게 더 좋은 하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아낌없이 애를 쓸 것이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에 나오는

Melvin Udall이 했던 그 유명한 대사(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처럼

내가 조금이라도 낳은 삶을 살게 된다면

그건 오로지 우리 손주들 덕이다.

 

내가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온 나의 종교에서는

전생이나 윤회 같은 것을 부정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간절히 그것들을 믿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이 지상에서 육신을 벗어도

내가 지은 좋은 연으로 다시 손주들과 만날 수 있는 

다음 세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희망적인가.

 

그래서 아이들이 '하버지'라고 나를 부를 때

나는 내가 무척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손주들을 볼 때까지

설렘으로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버지'

 

그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이름이 손주들 입에서 나오길 기다리며,

좋은 하버지,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 하루도 좋은 업을 쌓으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한다. 여기는 Desi 교실 Dining Room 한 귀퉁이.

 

 1학년 Sadie의 교실은 거실 한 귀퉁이

 

우리를 위해 식사 준비하는 Robert, 막내 Penny

 

햇살이 밀양처럼 스며드는 아침

 

거실, 액자에 비친 창 밖 풍경 -가을이 바로 문 밖에 와 있는 듯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아낌없이 등을 내어 놓는다.

 

Sadie가 그린 나무 벌써 가을 단풍이 짙다.

뜰에 있는 Dogwood의 나뭇잎이 발그스름하다.

 

먹을 것으로 Penny와 낯을 트기 시작했다.

 

2층 거울에 비친 우리들

Sadie는 까치발,

Desi는 까치발을 해도 보이지 않아 내 무릎에 앉히고 한 장

 

좋은 딸 , 좋은 누나로서 역할을 하면

하버지가 상금을 준다.

 

 

뜰에서 한참을 놀았다.

우리가 떠나고 Desi는 피곤했던지 2 시간 동안 골아 떨어졌다고---

 

 

나무의 각기 다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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