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그 이후의 삶
2 주 전 일요일,
아내와 나는 Galloway Township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그곳은 Atlantic city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특별히 우리가 다녀온 곳은
비슷비슷한 단층 주택들로 단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입주 조건이 55 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마을 전체에 정적이 깔려 있었다.
그곳을 다녀온 까닭은 올해 은퇴를 하고
그곳에 새로운 터전을 잡으신 Dr. 강 부부를 찾아뵙기 위해서였다.
올해 은퇴를 하신 Dr. 강 부부와의 인연은
가톨릭 교회 안의 단체인 M.E(Marrige Encounter) 운동을 통해서였다.
M.E자체가 결혼한 부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두 분은 부부로서 모범적인 삶을 사셨고,
또 후배 부부들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는 열정적인 시간들을 보내셨다.
남편은 의사로서,
부인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삶도
게을리하지 않으셨는데
드디어 이제는 그 모든 일로부터 물러나 한결 여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계신다.
우리는 Atlantic City 근처의 Brigantine beach에 가서
바닷가를 걸었다.
모래가 너무 고와서 고령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다져진 길을 걷는 느낌이 들어서
걷는데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Dr. 강 사시는 동네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갈대와 온갖 풀들이 넘실대는 swamp와 맞닿은 곳에
잇는 식당이었는데 마치 나무로 만든 배 안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날은 흐렸고 바람이 불었다,
식당 창으로 보이는 swamp의
그 너른 풍경 한 귀퉁이에 집이 한 채가 있었는데
내 눈길은 자꾸 그 집으로 향했다.
갈대가 일렁였다.
은퇴(隱退)
말 그대로 숨고, 물러난다는 뜻이다.
사실 10 여 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만 예순 셋이 되는 해에 은퇴를 하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몇 년 전 경제적인 이유로 은퇴를 2 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건강에 아무런 부담이 없어서
세탁소를 2 년 더 한다 해도 전혀 무리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은퇴를 하면 하던 일에서는 손을 떼고
미국과 상황이 허락한다면 온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다.
예를 들어 가을 한 달은
단풍이 아름다운 Vermont 주에 가서
가을 풍경 사진을 찍으며 보내고,
여름 한 철은 캐나다 로키 산이나 알래스카에서
서늘하게 자연 속에 파묻혀 있고도 싶다.
은퇴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기회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은퇴 후 주어지는 밀가루 반죽처럼 말랑말랑한 시간들을
어떤 모습으로 빚으며 살까?
기대감과 함께
무한대로 주어지는 자유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 않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이별의 시간이 되었다.
함께 나누어 갖는 시간
거기에도 끝이 있는 것이다.
익숙한 시간과의 이별,
어색한 시간과의 만남.
그리고 끝.
하루 종일 날이 흐리고
구름이 낮게 드리웠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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